손가락 하나에 모든 것이 다 있다 

 

 

‘구지수지(俱胝竪指)’라는 화두가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지 선사는 대중의 질문을 받으면  

단지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그 절에는 동자 하나가 있었다.  

외지 손님이 “화상은 어떤 법을 설하십니까?” 물으면  

동자 역시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구지 선사는 이 말을 듣고  

칼로 동자의 손가락을 잘라버렸다.  

동자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자 구지 선사가 다시 불렀다.  

동자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구지 선사가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동자는 홀연히 깨달았다. 

당나라 때 구지 선사는 어떤 질문에도 손가락 하나를 세우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예를 들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어도, “하는 일에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도 단지 손가락 하나만 세울 뿐이었다.  

 

늘 구지 선사 곁에서 시봉을 드는 동자가 있었다. 어느 날 구지 선사가 출타했을 때 외지 손님이 찾아와서 구지 선사가 어떤 법을 설하느냐고 동자에게 물었다. 동자는 익히 보아왔던 대로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 보였다.  

 

외출에서 돌아온 구지 선사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 선사는 동자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서 물었다. “내가 어떤 법을 설하느냐?” 동자는 빙그레 웃으며 너무도 쉽다는 듯이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그 순간 구지 선사는 번개처럼 빠르게 칼로 동자의 손가락을 잘라버렸다.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동자를 구지 선사가 큰 소리로 불렀다. 동자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구지 선사는 불쑥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이것을 본 동자는 홀연히 깨달았다. 

 

자, 여기서 구지 선사의 손가락 하나(俱胝一指)는 무엇일까? 어떤 질문에도 구지 선사는 손가락 하나만을 세웠다. 그 손가락 하나는 무엇인가? 이것이 화두이다. 수행자는 알 수 없는 이 화두를 붙들고 항상 참구해야 한다. 이러한 화두가 1,700개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