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옥(여), 김사업 두 전 동국대 교수가 펴낸 선방수행기 ‘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더북컴퍼니)에는 일본 임제종의 참선수행 도량 고가쿠지, 미얀마의 위파사나 수행처 셰우민 센터,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프랑스 플럼 빌리지, 스위스의 티베트 사원 랍텐최링 등 전 세계 이름난 선방의 ‘마음 다스리기’와 수행자 이야기가 촘촘히 박혀 있다. 

“무(無)를 보았느냐”는 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일본 고가쿠지선원. 아무리 추운 겨울날에도 선방에는 불기 한점 없다. 바닥은 차가운 기왓장. 그것도 하루 1시간만 자면서 화두와 씨름해야 하는 일본 임제종의 치열한 수행기록이 소개된다. 우기(雨期)의 미얀마. 그곳에서도 한 평 선방에서는 우주를 만난다. 말문을 닫고 오로지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에만 집중한다. 부드러움 속에 엄격함이 살아 있는 위파사나 수행의 마음다스리기를 통해 무엇을 알아차렸을까.
 

틱낫한 스님의 수행공간 플럼 빌리지는 한걸음 한걸음이 수행이다. 결코 치열한 개인 수행을 강조하지 않으나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하나가 되고, 순간순간 깨어 있음으로 자유로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유럽 선방의 눈 맑은 수행자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구산 스님의 제자로 영국과 프랑스에서 한국 선을 지도하고 있는 배츨러 부부, 숭산 스님의 제자로 프랑스에서 선을 지도하고 있는 우봉 스님, 중관학의 세계적 거장 스위스 로잔대학의 자크 메 교수,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티베트 사원 랍텐최링의 창춥 스님이 그들. 선을 추구하는 절실한 마음은 동서양이 다를 바 없다.   10년차 선후배 사이로 한길을 걷고 있는 두 불교학자는 세계 선방에서 그들과 똑같이 수행에 참가했으며 큰스님들에게 수행 점검도 받았다.

두 사람은 이제 고된 여정을 마치고 경남 통영 오곡도에서 소담한 ‘오곡도 명상수련원’을 차려놓고 전 세계 선방에서 얻은 다양한 수행법의 핵심을 직접 행하고 있으며, 마음공부를 위해 찾고자 하는 수행자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고 있다.

224쪽, 9000원. 

정성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