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려던 소녀, 대자유인 되다
장휘옥/이랑/320면/15,000원

대인공포증에 시달리던 소녀 장휘옥은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기 위해 수면제를 삼켰다. 그러나 삶의 고리는 의외로 질겼다. 위세척을 한 뒤 사흘 만에 집으로 돌아온 그는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울산 석남사로 향했다. 거기서 2주 동안 호되게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뒤 공부하는 것이 제일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부산대 화학과로 진학한 뒤 대학원까지 갔지만 불교에 대한 목마름이 일었다. 부모님을 비롯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동국대 불교학과에 학사편입을 했다. 스물일곱 살 때 일이었다. 그 뒤 석사과정까지 졸업했지만 갈증은 여전했다.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 동경대로 훌쩍 유학을 떠났다.

범어ㆍ티베트어ㆍ한문ㆍ일본어로 된 네 종류의 교재를 들고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된 수업 방식은 그에게 충격을 주었다. 세계적인 석학인 가마다 시게오 교수의 조교로 들어간 그는, 매일 가마다 교수의 원고를 정서하며 기초를 다졌다. 일본어도 제대로 못하던 그는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한 끝에 6개월 만에 인도철학과 석사과정에 합격했다. 일본학생들과 동등하게 실력을 겨룬 뒤 얻은 결과였다. 그 뒤 일본 유학 6년 반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로 돌아온 그는 각종 강의와 저술로 명성을 얻었지만 건강을 잃고 만다. 병상에 누워 ‘별 것도 아닌 것에 집착하고 살았다’는 걸을 깨달은 뒤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한다. 김사업 교수와 함께 오곡도에 명상수련원을 짓고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

책에서는 이처럼 장휘옥 오곡도 명상수련원장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술술 풀려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 에세이집이 아닌 이유는 2부와 3부에 있다. 2부 ‘수행하는 기쁨’에서 화두는 어떻게 드는지, 독참이란 무엇인지, 일상생활에서 선적으로 살기 위한 지침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가 일본 임제종 고찰 고가쿠지에서 다이호 방장스님을 만나 혹독한 수행을 하고 900여 차례에 걸쳐 독참(獨參)을 한 뒤 내놓은 결과물이라 더욱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