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무더위가 찾아와 기성을 부리는 2004년 8월의 초하루에 7명의 용사(?)들이 오곡도에

가기 위해 통영 척포항으로 향했다. 차안에서 참선 법문 테이프도 듣고 찬불가도 부르면서

기쁜 마음으로 달리다 보니 어느새 척포항에 닿았다. 그때가 오전11시30분경, 잠시 휴식을 취하

고 다시 은성호에 몸을 싣고 목적지로 배를 돌렸다. 한려해상의 시원한 바람과 배뒤로 부서지는

은빛 출렁임을 감상하면서 바다 특유의 짭잘한 내음에 한껏 취해 보았다. 같이 가는 법우님들의

얼굴을 보았더니 한결같이 대자유를 얻은것 같이 환희에 찬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어느 섬 모퉁이를 돌고나니 오곡도수련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각자의 짐을 챙겨 산

등성이를 오르기 시작했다. 불볕이 살을 태울 것 같았다. 땀으로 옷이 다 젖어 교수님 대하기가

민망스럽다.

두분 교수님과 공양주께서 어찌나 반갑게 맞아 주시는지, 마치 시집간 새색시가 친정집에 온

것 같은 그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부터 이곳에서 7일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명상수련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혹독한 훈련은 아닐까? 생각할수록 궁금증이 더 커진다.


얼마 후 입재 예불을 끝내고 공지사항과 주의사항을 듣고나서 궁금증이 좀 풀렸다.

저녁부터 좌선이 시작되었다. 먼저 앉는 자세를 바로 하고 수식관(數息觀)을 했다. 약10분 지났

을까? 다리가 아파 오고,저리고, 어깨가 아프기도하고 온갖 잡념이 떠오른다. 그때마다 하나,둘,

셋...... 세어보지만 열까지 세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몸의 통증과 온갖 상념속에 첫날의 좌선

은 끝이났다.


둘째날부터 무자(無字) 화두가 주어졌다.

지금까지 배운 지식과 생각으로는 무와 나를 하나로 만들수 없으며, 오로지 분별심을 끊고 잡념

을 떨쳐버리고 죽을 힘을 다해, 그야말로 삼백육십 뼈마디와 팔만사천 털구멍을 총동원하여

무(無) 하나만 들어라 하시며, 또 백지(白紙)장 처럼 정직하게 되어, 죽었다 생각하고 해야

가능하다, 겁먹지 마라, 죽어도 좋다는 일념으로 화두를 들면 죽지 않고 살아난다고 하셨다. 시키

는 대로 잘 따라 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다고 강조하셨다.

이렇게 각자 참선한 결과를 독참(獨參: 화두에 몰두하여 나타난 경지를 스승께 점검을 받는

것)시간에 다 털어 놓아야 한다. 느낀대로, 나타난 현상 등을 하나도 숨김없이 다 이야기 해야

한다. 그러면 원장님께서 그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고 잘못된 것은 고쳐주신다.

정말 간절히 무-, 무- 하다보니 어느새 집중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침,저녁 예불시간은 어찌나 환희심이 나는지-

특히 발원문에 너무나 큰 뜻이 담겨있어 구구절절 새기면서 간절하게 읽어 내려갔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위에도 풀이나고 끊임없이 떨어지는 낙수가 언젠가는 바위를 뚫는다고 했

습니다" 하는 대목이 가장 감명 깊었다. 그렇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낙수처럼 쉼없이 평생 화두를

든다면 언젠가는 깨달음이 찾아오리라 믿는다.


또 매일 오후에 1시간 30분 동안 선 수행과 관련된 교리강의 시간이 있었다.(김사업 교수님)

1. 선과 화두 2.화두 드는 법 3. 참선을 해야 하는 이유 등을 공부하였다.
이번에는 유식학(唯識學) 중심으로 위의 주제에 대해 강의하셨다.

아뢰야식(제8식,심층의마음)의 기능에 대하여 현실적인 예를 들어 비교 설명하실 때, 수강생들

의 눈이 더욱 말똥말똥,귀가 쫑긋, 뼈속까지 깊속이 받아 들이고 있었다.

무심코 하는 말과 생각과 행동이 종자(種子)로 아뢰야식에 저장되었다가 적절한 시간과 조건이

주어졌을때 그대로 꽃(업)이 핀다고 했을 때 처음 강의 듣는 사람은 두렵기까지 했다고 한다.

(예전에 나도 그랬듯이)

지금부터라도 정문(正聞)훈습종자(바르게 들어서 훈습된 종자,수행종자,복덕과 지혜의종자)를

많이 심어 번뇌를 녹이고 지혜의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이번 수련의 특징은 뭐라 해도 독참이라 할 수 있다.

매일 약 9시간씩 참선을 하게 되는데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원장님과 일대일로 면담하는 시간이

다. 화두를 들고 집중하다 보면 잘못 빠져드는 경계가 있다고 한다. 이럴 때 스승으로 부터 점검

을 받아 제대로 된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참선 초보인 나는 이 독참을 통하여 참선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막혔을 때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오래

묵은 껍질을 깨고 나오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독참 없이 나 혼자 참선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면

전혀 불가능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원장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스승의

은혜란 이런 것일까?

이번 1차 수련에 동참한 인원은 11명이지만, 남녀 노소, 승속(僧俗)이 다 함께 참여하였다.

11살 초등생부터 60살 넘은 노보살님, 상당한 위치에 있는 중진 스님도 계셨다. 이제 수련을 마

치고 각자 일상생활로 돌아가서도 화두를 놓지 말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화두와 하나되는 것

이 진리대로 사는 삶이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2004년 8월 1일부터 7일까지 오곡도 명상수련원에서는 극기훈련이 아닌 "성불도중(成

佛途中, 부처가 되어가는 한 과정)"이라는 엄청난 체험의 장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장휘옥 원장님, 김사업 교수님, 이부장님, 공양주 보살님께 두손 모아 감사 드립니다.

최금강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