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참 게으른 농부였습니다.
어떤 씨가 뿌려졌는지 아니 뿌려진 적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래서 밭에 잡초가 무성히 자라도 잡초인지 분간도 못했겠지요.
이제는 부지런히 밭을 경작하여야겠습니다.
다시 씨도 뿌려야겠지요.
자꾸 돋아나는 잡초도 부지런히 솎아내기도 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계기가 된 수련회였습니다.
마치고 나서 제대로 감사의 인사도 못드린 못난 모습만 보였습니다.
늦게나마 송구스럽지만 글로라도 절을 올립니다.

어떤 상황속에 있으면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제가 오곡도에서 있었던 시간들이 그랬지 않았나 싶네요.
사실 그때는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 다가올줄은 몰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오곡도에서의 시간들이 그립고,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책에서 본 '나무는 그늘이 좋은 줄 모른다.'라는 구절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현재 열심히 하고 있으면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것 조차 모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는 과거에 매달려 고생하고 미리 미래를 두려워하여 움츠러드는 그런 미리 사서하는 고생은 안할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