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서울에서 오곡도 까지의 물리적 거리가 '멀다' 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오히려 보통 때 못하던 것들을 할 수 있어 고속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뒤엉킨, 뜨거운 머리를 좀 쉴 수 있게 생각을 정리하거나, 부족한 잠을 채운다던가, 혹은 차창 밖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등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서요.
사소하지만 제게는 의미있는 시간 입니다.



그리고, 간혹은 기사님들이 스카이 위성방송을 틀어 TV 방송을 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서울로 향하는 중, 마침 영화 채널에서 '쇼생크 탈출' 을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 물론 이미 보신 분도 있겠지만 )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에 가게 된 주인공 앤디 ( 팀 로빈슨 )와 수감동료 레드 ( 모건 프리만 )를 중심으로 한 수감자들의 생활과 심리를 다룬 영화입니다. 뻔한 스토리의 헐리우드 영화인가 싶어서 일부러 안 봤었던 영화인데 그 날은 버스 안에서 달리 할 일도 없어 꼼짝없이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죄를 짓고 들어가던 수감자들이란 자유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자유를 그토록 그리워하던 이들도 어느덧 자유의 박탈로부터 익숙해지고, 수 십년 간 수감 생활을 하던 이들은, 오히려 그 곳에 남고 싶어하며, 바깥 세상을 두려워한다는 것 입니다. 물론 영화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희망’을 품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그 희망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적이고 따스한 이야기 입니다. 실화는 아니고, 더구나 마지막 부분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판타지와 은유적인 스토리로 구성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통쾌함과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친구들간의 우정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이구요.



저도 인상 깊게 보았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꼭 범법행위를 하고 감옥에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 갇혀 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 사실 우린 그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익숙해진 삶은 아무런 비판이나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하게 되니까요. 4-50년간 그 수감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는 자유를 희망하던 그 마음은 온데 간데 없이 그 생활 밖으로 던져지는 것이 두려워 집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한 편의 영화 속에서 뭉게 뭉게 생겨나는 잡념.
그 잡념의 확대는 제 개인사 이기도 하지만, 저와 동감하는 분 들도 있을 것 같아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