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정진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좋습니다.

정진의 힘이 모이고 모여
깨지지않은 금강의 지혜가 생겨남을 알고 계심에
같은 법우로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생애 최고의 큰일은 본래의 심성을 회복하는 일.
내면세계의 삼매여행을 잘 하시고,
그 체험을 점검받아 좋은 글 올려주세요...!

성불하십시요.........



---------- 금강화 최효련 님이 작성한 원본 ----------

*2004년12월12일*


동계 집중 수련회가 시작되었다
7일 동안 일상생활을 접어두고 수련회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모두들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다.


가게 문을 닫고 오신 거사님 부부, 건설업 사장, 서예학원장, 주택관리소장 등
여러 분야의 법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사의 관문(화두)을 뚫고자
묵언 속에 반듯한 자세로 좌선하는 모습에서 진정 대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하계 집중 수련회도 거친 나로서는 지금의 법우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더욱 분발해야 했다. 그러나 일상의 번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일어나고
때로는 졸음이 마구 쏟아져 졸음과 싸우다 보니 어느새 죽비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화두는 어디로 갔는지?
이러길 몇 차례, 정말 왜 이러지? 지난번 수련회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반성을 하고, 다시 화두에 몰입해 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독참때 원장님께 그대로 말씀 드렸더니,
“욕심을 버리세요.
누구보다 앞서 가겠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조급한 마음도 내려놓으세요.
특히 지난번 수련회 때 겨우 며칠 수행하면서 얻은 그 경계에 집착하고 있다면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그 길은 오로지 無(화두)와 내가 하나되는 것 뿐입니다. 이 노력은 스스로가 해야합니다."
라고 지도해 주셨다. 감사의 예를 올리고 돌아와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 지금까지 나에게는 大決意(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의)가 없었구나,
부처님께서 보리수 나무 아래 앉으시면서 “깨닫지 않고는 결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대결의를 하셨다고 들었다. 불제자인 우리가 부처님 흉내라도 내어야 부처님 닮지 않을까?
어떤 역경 속에서도 화두를 놓지 않겠다는 대단한 결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자세를 점검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화두에 몰입하니 졸음은 커녕, 일상의 생각들이 차츰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펑정심이 유지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할 일은, 음식을 적게 먹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이것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식탐이 많으면 수행에 큰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잘 지키지 않아 고생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작은 수행이 잘 지켜지자 기쁘기 그지없었다.


*수련 5일째*


울력시간이 있었다. 법당 뒤 언덕에서 칡을 파내는 작업이다.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묵언하면서 칡 파는 일과 내가 하나되는 것, 이것을 철저히 체험하고,
가끔씩 고개 들어 주위의 경관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껴보세요."


나는 작은 호미로 조금씩 흙을 파내면서 칡뿌리가 드러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파 내려갔다. 결국 숨은 부분이 드러나고 뿌리가 뽑혔다. 땅속 깊이 뻗어있는 뿌리를 보면서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라고 생각했다. 칡을 캐내면서, 우리의 번뇌도 아무리 깊게 뿌리 내리고 있을지라도 화두를 놓지 않고 계속 정진한다면 언젠가는 다 녹아 없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푸른빛에 눈이 부시고,
앞바다를 보니 코발트빛 잔잔한 물결 고요하기만 했다.
따사로운 햇볕, 상쾌한 바람이 이따금씩 불어 봄 날씨와 같이 훈훈했다.


수련원 주위에는 동백꽃이 만발하여 붉은빛을 사방에 토해내고 있었고
그 아래 땅바닥에는 동백꽃들이 굵은 송이채 떨어져 보는 이의 마음을 애처롭게 했다.
채소밭에는 상추, 쑥갓들이 너무도 싱싱하여 광채가 나고 있었다.


자연은 한 치의 거짓이 없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소리 없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울력으로 얻은 칡 중에 크고 좋은 것만 골라 차를 만들기로 하였다.
법당 앞 양지쪽에 늘어놓았는데 칡의 쌉쌀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다음에 오면 칡차를 꼭 맛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칡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본다.


다음날에도 계획에 없는 울력이 또 한번 있었다.
수련생들이 무심(無心)으로 하는 일맛을 알았는지, 또 한번의 울력을 줄기차게(?) 원했던 것이다.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만큼 합심해서 조그마한 밭을 하나 일구어 놓았다.
모두들 흐뭇한 마음으로 밭을 쳐다보거나 손으로 쓰다듬고 했다.


*마지막 날 총평시간.*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번 수련생들은 모두 천진스런 아이들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화합이 잘되었고 울력도 합심해서 잘 하였습니다. 좌선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모두들 흐트러짐 없이 화두에 몰두하여 독참 때마다 조금씩 진보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성과를 거두고 마치게 되어 감사드리며, 돌아가서도 일상생활과 화두가 하나 되게 계속 수행정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어 김교수님께서도 “각자의 보물을 잘 갈고 닦아서 반짝반짝 밝은 빛이 날 수 있게 자나깨나 갈고 닦아야 할 것”을 강조하셨다.


두 분 말씀처럼 수행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고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화두가 성성할수 있도록 정진한다면 어떠한 어려움에 처하여도 흔들림 없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끝으로 원장님과 김교수님, 자원봉사하신 두분 보살님, 그리고 6박 7일간 동고동락한 법우님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수행에 큰 진전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