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간다’는 말은 멀리 ‘떨어져 있음’을 연상시킵니다.

오고 감이 있을까요?

 

앉고 앉아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온몸으로 살아나올 때,

감도 옴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함께 녹아내려,

오스트리아 그라츠에 있는 연구실은,

오곡도 수련원의 어슴푸레한 저녁 좌선시간과 함께 할 것입니다.

 

무사히 도착해서 반갑고

경책으로 죽비 세 대를 선물합니다.

딱, 딱, 딱.

 

오곡도에서

===================== 원글 내용 ====================

원장님 부원장님 안녕하세요!

 

이번 집중 수련회는 수련회가 끝나고서야 얼마나,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처음 입소하였을 때는 집중도 안되고 발만 아파서 날짜만 새고 있었습니다. 항상 일찍 와서 미리 예불 준비하시는 도반님들.. 부원장님이나 원장님께서 식사하고 올라오실 때 주변을 살피며 청소할 거리를 찾는 모습.. 공양 보살님들의 맛있는 밥 등을 보며 반성하였습니다. 수세식 화장실을 좋아하는데 아침, 잘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__)

 

두번째 수련회 후에는 아뢰야식에 대해 약간 충격을 받아서 '잘 살아야겠구나' 라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 좌선이 습관이 되진 못했었습니다. 저는 주로 '앉고 싶을 때만 하자'는 주의인데, 이번 수련회를 마치고서는 생활 속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부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배터리가 이해 되기도 하고.. '무'를 생각할 때는 다른 얕은 지식이나 이론을 생각하지 않게 되어 더 집중도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가 막힐 때 좌선 자세로 그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라츠라는 도시에 잘 도착했었습니다. 연구 주제도 흥미있고, 지도교수님도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성격이 조금 어두운 편인데, 명상하는 것을 배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버텨냈을지 상상이 안갑니다. 아직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가슴으로 와닿지가 않습니다^^; 좌선하기 전에 머리로는 한번씩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느 겨울 수련회 저녁에, 원장님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말씀하신게 생각이 나고, 그리워지곤 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