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불광’과 ‘자성’을 키워드로 검색하고 있었다. 김사업 부원장님의 명쾌한 유식학에 대한 설명을 접한 것이 오곡도와의 인연이 되었다. 부원장님의 글에서는 ‘불광’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다만 글이 실려있는 곳이 ‘불광 미디어’라 그렇게 검색이 된 것이었다. 김사업 부원장님의 <불교수업>을 읽어보고, 장휘옥 원장님의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는 서점가는 시간도 아까워서 전자책을 즉석에서 다운받아 읽어 보았다. 우연이긴 했지만 엄청난 행운의 실마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직관으로 수련에 참여했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15명의 수련생들이 일주일간 필요한 부식들을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옮겨야 했다. 정말 오랜만에 턱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도록, 한여름에 몸을 움직여 보았다. 잠시 쉬어가는 찰나에 느껴지는 상쾌함을 낮설어 하며 그렇게 첫날이 시작되었다.

‘제창’ 시간 중에 샤베트처럼 살짝 얼린 수박을 모두가 한 조각씩 맛보았다. 야아 ~~ 수박이 이리도 맛있었다니. 짐을 옮기는 중에는 몰랐지만, 그 안에 이런 수박이 있었을 줄이야. 겉으로 보면 짐이다. 더운날 무겁게 올려야 할 짐이었으나, 이렇게 맛있는 수박으로도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로웠다.

다음날 아침공양 중에 참외가 나왔다. 놀랐다. 수박까지는 이해를 했는데 참외까지. 참외 한 조각을 배어 물고, 믹스커피 한잔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본다. 바닷바람에 나뭇잎들이 흔들린다.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강남 삼월에 새가 울고 꽃이 피어 부럽다고 한다던데, 오곡도 팔월의 이 참외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얻어야 하고, 이루어야 하고, 또 다시 올라야 하는 공허함과 두려움 속에서 행복하고 편안해 지고 싶었다. 이 길과 방향이 아닐 것 같다는 직관적인 느낌도 일어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 할 것 같고, 바꾸고 싶은 마음도 일어난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

오곡도의 참외 한조각은 그러한 내 의문과 방황에 실마리를 주어준 것 같았다. 행복이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세속의 대단한 일도 아닐 듯 해 보인다. 가격표의 숫자를 따라 가치를 매기고, 더 높은 숫자와 가치가 행복을 보장해 주리라 믿고 헐떡거리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분이 회갑을 맞아 내게 인생의 지혜를 나누어 주셨다. 삶의 비밀, 그 가장 큰 지혜는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라고. 원장님과 부원장님의 책만을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온몸으로 직접 보여주시는 순간 순간이 존경스럽고, 경탄스러울 뿐이다. 오곡도 수련원의 모든 것들이 가파른 계단을 통해 한걸음씩 옮겨온 수행의 땀방울과 발자국임을 보여 주신다.

아름다운 수련원의 잔디와 나무들, 그 가운데 자비롭게 중심을 잡고 있는 법당. 한 장의 수채화 같은 모습이 그 사람이 수행해온 전 삶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쉼 없이 흐르는 무상함 속에 오곡도의 수련원은 조금씩 더 아름다워지고 있다.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이 그렇게 ‘무’를 보여 주고 있다.

장휘옥 원장님, 김사업 부원장님 그리고 함께한 모든 분들께

이 모든 인연과 자비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