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곧 지혜와 자비입니다. 간화선의 목적 역시 이와 같습니다.”
대학 교수직을 내던지고 남해의 외딴 섬에 들어가 10여 년간 간화선 수행에 몰두해온 장휘옥(63) 원장의 말이다. 지난 2002년 경남 통영 앞바다 오곡도(烏谷島)에서 명상수련원을 연 장 원장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간화선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왔다. 최근 자신의 수행기와 공부 과정을 담은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도서출판 이랑)를 펴낸 장 원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삶에서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심정에서 책을 펴냈다”며 “젊은 시절 자살까지 시도했을 정도로 대인공포증에 시달렸던 나 자신의 경험 등을 있는 그대로 털어놨다. 이 역시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읽는 이들에게 좀더 솔직하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 원장의 말대로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에는 그의 젊은 시절과 공부 및 수행 과정이 그야말로 솔직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10대에는 대인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까지 시도했고, 20대에는 부산대 사범대를 졸업한 후 전공을 바꿔 동국대 불교학과로 편입했으며, 30대에는 불교를 통해 삶과 죽음을 더욱 깊이 공부하고 싶어
일본 유학길에 오르는 구도의 길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장 원장은 도쿄(東京)대
대학원에서 화엄사상 연구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40대에는 동국대 교수로 강의와 저술 작업에 온 역량을 집중하다가 50대 들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해의 외딴 섬으로 들어가 간화선 수행 전문도량을 세운 과정이 그려진다. 아울러 일본 임제종의 대본산 고가쿠지(向嶽寺)에서 미야모토 다이호(宮本大峰) 방장스님을 만나 900여 회에 이르는 독참(獨參·스승과 제자가 1대1로 선문답을 주고받으며 경지를 점검하는 과정)과 간화선 수행에 매진해 마침내 삶이 주는 본래의 편안함에 이르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장 원장은 “폐교를 인수해 오곡도 명상수련원을 개설하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전문 참선도량으로 여름과 겨울에 1주간 집중 수련 기간이 있으며, 이 과정을 마친 수련생들은 매월 한두 번씩 주말 훈련에 참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0여 년간 수련원을 거쳐간 연인원은 1000명이 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사람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수련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장 원장은 “마음의 짐이 해결되면 수련원을 다시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참선이란 결국 삶을 잘 살기 위한 것인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고 열심히 살 수 있으면 오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행을 더하고 싶은 이들은 수련원을 다시 찾기 마련이다. 장 원장은 “삶은 순간의 연속이므로 주어진 순간에 100% 전념할 수 있다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순간을 산다’는 말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제 삶에 부닥치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치열한 참선 수행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수행처로 산이 아니라 섬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장 원장은 “육지에 있으면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 오지 않느냐”며 “바다가 일단 막고 있어 수행하기에는 섬이 적격”이라며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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