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불교학자 드 용(J. W. De Jong)은

평생을 공사상 연구에 진력한 끝에

그 결론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리는 언어나 개념으로 기술할 수 없다.

삼매 속에서 얻어진 지혜에 의해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2005년 을유년 벽두에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수행자들이

화두 삼매에 들어 지혜를 얻고자 오곡도 수련원에 모였습니다.

서울 불광출판부에 근무하는 6명을 비롯하여

서울, 부산, 인천, 진주, 이리 등 전국 각지에서

먼길과 엄동설한을 마다 않고 오셨습니다.

모여서 보니 30대가 주축을 이룬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었고,

거의 대부분이 좌선을 장시간 해 본적이 없는 신참(?)들이었습니다.

첫날,

모두들 얼굴 한 구석에는

과연 하루 9시간씩 6박 7일간 좌선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깔려있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30분 좌선하는 데도 몸을 움찔거리며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4일째가 되니,

1시간 30분 좌선도 가볍게 해내는 것을 보고 기뻤습니다.

얼굴 표정들도 굉장히 편안하고 부드럽게 바뀌어 갔습니다.

독참을 마친 원장님께서

무(無)자 화두의 끄트머리를 붙잡기 시작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변화를 보고 최소한 1주일 정도는 지속해야

수행의 참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 장시간의 좌선과 하루 두 번의 독참에 진을 뺏을 법도 한데

모두들 이렇게 편안하고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음에서 필요 없는 불순물들을 내려놓았기 때문이겠지요.

화두에 마음을 하나로 모으니

썩은 폐유 같은 찌꺼기와 앙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창조를 위한 빈 공간들이 마음속에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도반들의 사이도 매우 화기애애했습니다.

방을 함께 쓰는 도반이 식사를 한끼 거르자

그를 친동생처럼 챙기는 분이 있었는가 하면,

솔선해서 청소하고 서로가 먼저 일하고 거들려고 했습니다.

부처님 품안에서 함께 수행하면

이처럼 사이좋고 평화로운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지원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정계수 교감선생님은 수련생의 공양을 위해 쌀을 가져오셨고

진주의 정현자 보살님께서는

맛있는 찰떡을 손수 준비해 와

울력을 마친 수련생들에게 기쁨을 안겨주셨습니다.

두 선배님 모두 하룻밤을 보내시면서 공양간 일도 맡아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두 분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련회 때 피운

마음속의 영롱한 빛이

위 사진 속의 초생달처럼 계속 빛나기를.....

육안(肉眼)으로 보이는 세계를 넘어

심안(心眼)의 세계로 향하기를 기원합니다.

수행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매일 1시간씩은 꼭 좌선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