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오곡도 수련원은

새해 벽두를 집중수련회로 열었습니다.

3차의 수련회가 모두 끝난 지금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가 또다시

섬 전체를 꽉 메우고 있습니다.

새벽 좌선을 마치고 일어서는 순간,

법당 귀퉁이에 쌓아올린 좌복들에서

그동안 여러분들이 뿌려놓으신

열정과 눈물과 탄성을

보았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하셨습니다.

'무(無)'자 화두를 들고

가늠할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들어가고

또 들어갔지요.

생각지도 못했던 이미지들이 보이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듯 시간의 흐름을 잊기도 하고,

엄습하는 다리 통증에 휴식시간을 알리는 죽비소리를

기다리기도 했지만,

원장님과의 독참에서

길을 발견하고 새로운 힘을 얻어

아무도 '무(無)'의 등불을 꺼뜨리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얻은 바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여고 2년생 참가자는 다음과 같은 체험을 하였습니다.

"진로 문제로 집에서 머리가 복잡하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속도 더부룩해지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았으며

몸도 늘 피곤했습니다.

여기에 와서 조용히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모든 생각을 그만 두고

다만 '무(無)'에만 몰두하라고 하였습니다.

아무 생각도 않고 '무'만 참구하고 있었더니

그 골치 아프던 문제의 답이

어느 새 나와 있음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몸도 가벼워지고 참 편안했습니다."

(수련회 마지막 날 총평 때 한 말)

텅 비어 순수한 마음에서

차원을 달리하는 안목과 해답이 나옵니다.

'무'자 화두를 들고

쓸데 없는 생각을 비우며 1주일 동안 수행하신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본 홈페이지 <오곡도 갤러리>에 올렸습니다.

수행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사무치는 고통이 엄습할 때라도

'무'자 화두로 넘어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술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처럼

수행의 길에서 멀어질 때가 있을지라도

문득 정신을 차려 다시 수행의 길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욕망과 화와 절망의 폭풍이 불어와

당신을 쓰러뜨릴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곡도는

저희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언제나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