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아이를 살려낼 약이 없습니까?” 

 

아이의 시신은 부패하기 시작하여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아이를 끌어안고 내려놓지 못했다. 몇 날 며칠이 지났지만 약을 지어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인이여, 내가 그 약을 지어주겠노라.”

그렇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석가모니였다.

석가모니는 가우타미에게 약의 원료가 되는 겨자씨를 얻어오라고 했다. 다만, 그 겨자씨는 지금까지 죽은 자가 한 사람도 없는 집에서 얻어 와야 한다고 했다. 겨자씨는 흔한 조미료였기 때문에 어느 집에나 있었다.

가우타미는 사위성 골목골목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물었다.

“당신 집에는 죽은 사람이 없습니까?”

정신 나간 듯 이집 저집 찾아다녔지만, 가까운 사람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적이 없는 집은 한 곳도 없었다. 이 집에서는 젊은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남편이 죽었다고 말했고, 저 집에서는 집주인의 손자가 전쟁터에서 전사했다고 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가우타미에게 석가모니가 물었다.  

 

“가우타미여, 아직도 겨자씨가 필요하느냐?”
  

가우타미는 말했다. 

 

“아닙니다. 이제 필요 없습니다.” 

 

가우타미는 누구나가 가까운 사람을 죽음으로 떠나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광기에서 벗어났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슬픔을 안고 있지만, 비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기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침내 가우타미는 아이의 시신을 내려놓았다. 아이를 화장하고서 장례를 치른 뒤 출가했다. 그러고는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가우타미가 죽은 아이를 내려놓지 않았다면, 죽은 아이를 안고 한이 맺힌 채 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 분명하다. 가우타미가 깨달음을 얻어 영원한 평안의 경지에 이른 것은 아이를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장휘옥 원장님 신간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도서출판 이랑). 262-26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