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수행자의 길을 걷기 위해 오곡도에 들어오기 전, 그러니까 15년도 더 된 과거의 일이다. 대학에서도 불교를 가르쳤지만 사찰에서 일반 신도들을 대상으로 불교를 강의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사찰에서 오전에 불교를 강의했었는데 유복하게 보이는 분들이 많이 수강했다. 강의를 마치고 어쩌다가 그분들의 속사정을 들을 때도 있었다. 놀랍게도 겉은 유복하게 보였지만 다들 마음속에 한두 가지 골병은 다 갖고 있어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사바세계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사바세계는 ‘누구나 괴로움을 참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우연히 저녁 무렵에 그 사찰에 들르게 되었는데 면식도 없는 한 보살님이 눈에 뜨였다. 오전 강의에서 보았던 신자들과는 모습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남루한 옷차림의 초췌한 보살님이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분은 쌀 한 됫박을 담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법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보살님은 부처님 전에 쌀을 공손하게 올린 다음 그야말로 지극정성으로 절을 하고 또 했다. 절하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 마음이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정성 그 자체라는 것을 꾸밈없이 그대로 다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절절함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그 보살님은 청소 용역 회사의 근로자였다. 낮에는 강남의 한 빌딩에서 청소하고 퇴근 후 저녁에 이 사찰에 들러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살님의 남편은 일용 근로자였는데 일을 하다가 크게 다쳤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병원에 장기간 입원을 할 수 없어 집에서 병마를 견디고 있었다.

보살님의 기도 내용은 이러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저의 남편이 공사장에서 다쳐 집에 몸져누워 있습니다. 살날이 창창한 저의 남편이 부디 건강을 회복하도록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그 보살님은 삼법인·사성제와 같은 불교의 기본 교리도 몰랐다. 교리를 배울 시간도 돈도 없었다. 하지만 고단한 그녀의 삶을 지탱시켜 주는 건 퇴근 후 절에서 올리는 간절한 기도였다.

이 기도가 없다면 그녀는 삶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을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보살님에게 가족이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하라고 할 수 있을까? 남을 위해 기도를 하라고 한다 해서 과연 이 경우에 얼마나 잡념 없이 지극정성으로 기도할 수 있을까?

비슷한 시기의 6월 말 어느 날, 대구에 갈 일이 있었다. 용무를 마치고 팔공산 갓바위에 올랐다. 장마의 한복판, 장대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있었지만 손꼽히는 기도처를 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니 갓바위 부처님 앞은 분명히 텅 비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산을 받쳐 들고 힘겹게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그 빗속에서도 갓바위 부처님 앞에는 비닐 우의를 걸친 채 시간을 잊고 간절히 절하며 기도하는 두 보살님이 있었다. 60대 초반의 그리 건강하게 보이지 않는 두 보살님에게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올까 싶었다. 오직 그 하나를 향한 지극함이 없다면 젊은 사람도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생활 전선으로 돌아가 다시 용기를 내어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저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시내 한 사찰에서 남편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던 보살님처럼 이 두 분도 간절하게 빌고 있었을지 모른다. ‘자비하신 갓바위 부처님!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몸으로 장사를 하며 자식들을 키우고 공부시켜 왔습니다. 그런데 그만 믿던 사람에 속아 장사가 망하고 말았습니다. 평소 사악한 일은 한 적이 없으니 부디 저에게 희망을 주시옵소서!’

우리 집안은 딸은 많았지만 아들은 나 혼자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막내였지만 형이 일찍 세상을 떠나 외아들이 되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했어도 형과 나는 아주 친했다. 어린 나이에도 ‘누가 우리 형을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형을 좋아하고 따랐다. 그런데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던 형이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장례식 때, 형 친구들이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 “며칠 전 네 형은 우리들과 어울린 자리에서, 이번 상여금을 타면 너에게 자전거를 사줄 거라고 하며 좋아했었는데….” 그 당시 나는 몹시도 자전거를 갖고 싶어 했었다. 내게 자전거를 사주겠다던 형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내 마음에 큰 슬픔을 남기고 그렇게 갔다.

형이 세상을 떠난 뒤로 어머니는 하나 남은 아들에게 온 정성을 다 기울였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나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새벽 기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다. 예불을 마치고는 아들에 대한 기도를 빠뜨리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는 데 아무 액난이 없기를 기원하는 내용이었다. 

기도 소리에 실려 오는 그 절절한 정성. 아들을 위한다면 당신의 몸은 가루가 되어도 좋다는 심정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거의 매일 그 기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던 나는 결코 나태하거나 불량한 옆길로 샐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불교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어머니 기도의 영향 때문인지 모른다.

위에서 언급한 기도에 관한 세 가지 예는 이른바 복을 비는 불교, 즉 ‘기복 불교’의 전형적 예이다. 위 이야기에 나오는 네 분에게 기도는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힘이었다. 그분들을 비롯해서 참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 분들에게 기복 불교를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부처님의 대자대비가 그런 것일까? 기복의 요소를 다 빼 버리고도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는 종교가 있을까?

평소에 나는 기복 불교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 오곡도 수련원은 간화선 수행처로서 기복 불교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기복 불교를 무시하거나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독초로 알려진 풀이 약초로도 쓰이고, 약초로 알려진 풀도 독초가 될 수도 있다. 조건에 따라 독초 또는 약초가 될 뿐, 고정된 독초 또는 약초는 없다는 것이 불교의 핵심인 연기요, 공이다. 

기복 불교에도 순기능과 역기능의 양면성이 있다. 위의 이야기에서 언급된 기도는 순기능의 기복 불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기복 불교에는 중독성도 있다. 효험을 보았으면 벗어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넜으면 배에서 내려 산으로 올라야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는데 배에서 내릴 줄 모르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기복 불교가 집착의 대상이 될 때 그것은 역기능을 한다. 이 역기능은 비단 기복 불교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선禪에서도 끊임없이 “얻었으면 버려라.”고 경책한다. 우리의 집착은 대상을 가리지 않으며 모질도록 끈질기다는 말이다.

순기능의 기복 불교, 쉽게 말해 위 이야기에 나오는 기도의 행위는 선업일까, 아니면 악업 또는 무기업일까? 무엇이 선이고 악이냐 하는 문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매우 어려운 난제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선악의 기준 문제는 오랜 세월에 걸쳐 논의되어 온 것으로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어 왔다.

유식도 선악을 여러 각도에서 고찰하여, 그 차원의 높고 낮음에 따라 치밀하게 분류하고 있다. 유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선악의 기준 또는 정의는 다음과 같다. 선이란 나와 남을 좋고 이익이 되게 하는 것(順益)이다. 악은 나와 남을 괴롭고 손해가 되게 하는 것(違損)이다. 무기無記는 좋거나 괴로운 과보를 초래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한편 불교에서는 선을 유루선有漏善과 무루선無漏善으로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 ‘루漏’란 물이 새는 것을 ‘누수’라고 하는 것처럼 ‘새어 나감’을 뜻한다. 불교에서는 이 ‘루’를 ‘번뇌’와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유루’란 번뇌가 있는 것이고, ‘무루’는 번뇌가 없음을 의미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유루선’이란 번뇌가 묻어 있는 선을 말하고, ‘무루선’이란 번뇌가 전혀 없는 완벽한 선을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불교가 선악을 평면적으로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이라 해서 다 같은 선이 아니라, 번뇌의 때가 묻어 있는 선과 그렇지 않은 선 등 선에도 다양한 차원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선을 유루선과 무루선으로만 나누는 것은 아니다. 승의선(勝義善, 최고의 선)과 자성선(自性善, 그 자체로서의 선) 등 4가지 차원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유식의 관점에서 말하면, 유루선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에 대한 집착이 있는 상태에서 행해진 선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당신이 제주도에 가서 무보수로 자원 봉사 활동을 한 달간 했다고 하자. 제주도까지 가는 경비도 당신의 돈으로 충당했다. 이렇게 한 자원 봉사는 당연히 선업이다. 

그런데 자원 봉사가 끝나는 날, 자원 봉사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당신과 함께 자원 봉사한 당신의 친구에게는 극진히 감사를 표하는데 당신에게는 별반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때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 대부분은 마음 한구석에 섭섭한 생각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선업을 행하기는 했으되 ‘그 선업을 내가 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우리는 나와 남은 완전히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 남이 될 수 없는 나만의 본질을 가지고 있고 그 본질은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죽고 난 뒤에도 외형이야 어쨌든 변함없는 나로서 영원히 존속한다고 믿는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나’는 없다고 한다. 이것을 무아無我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그런 ‘나’가 있으며, 그런 ‘나’가 이 일과 저 일을 하고 이것과 저것을 소유한다고 생각한다. 불교는 ‘나’에 대한 이러한 착각 내지 어리석음 때문에 괴로움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유식에 의하면, 한참 자원 봉사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나’는 있다고 생각하며, 그 ‘나’에 대해 애착하는 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 작용은 자각할 수 없는 미세한 상태로 일어난다. 하루 24시간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렇게 ‘나’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선천적으로 망상하고 집착하는 마음이 바로 말나식末那識이다. 

앞서 밝힌 대로 유식에서는 우리 마음이 8가지 마음, 다시 말해 8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8식은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말나식·아뢰야식을 가리킨다. 말나식은 아뢰야식과 마찬가지로 무의식처럼 심층에서 미세하게 언제나 작용한다. 이 말나식의 작용으로 말미암아 자원 봉사는 100퍼센트 순수한 자원 봉사가 아니라, ‘내가 한다.’, ‘이 일을 하는 내가 자랑스럽고 칭찬받을 만하다.’라고 하는 번뇌의 때가 묻은 자원 봉사가 되고 만다. 

설사 자원 봉사 도중에 ‘내가 한다.’, ‘이러한 내가 자랑스럽고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한 번도 의식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할지라도, 자각되지 않는 미세한 형태로 끊임없이 작용하는 말나식으로 인해 그 자원 봉사는 순간순간 본인도 모르게 그와 같은 형태가 되고 만다. 이런 이유로 자원 봉사한 자신을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을 때 섭섭한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자원 봉사는 선업이기는 하나 ‘나’에 대한 번뇌를 동반한 선업이다. 이러한 선업을 유루선이라 한다.

그렇다면 무루선이란 어떤 것일까? 무루선의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이다. 보시를 하는 자(施者)와 받는 자(受者), 보시물(施物)에 대한 어떠한 집착도 없이 행해지는 보시이다. ‘나’는 없고 순수한 보시만 있는 보시, 말나식의 작용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보시이다. ‘나’가 없으면 받는 상대도 없고 무엇을 얼마 주었다는 집착도 없다. 이러한 보시가 육바라밀다 가운데 ‘보시 바라밀다’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내가 무주상보시를 했다.”고 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무주상보시가 아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 볼 때, 순기능의 기복 불교의 한 형태로 행해지는 기도를 악업이라고는 할 수 없다. 본인의 이기심에 의한 사기·절도·폭력 등이 악업이다. 순기능 기복 불교의 기도는 유루선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유루선을 행하면 행한 본인은 사후에 천상에 태어나거나 현실에서 세속적 행복은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열반을 성취할 수는 없다. 무루선과 같은 무루행을 행해야 열반에 이를 수 있다. 취업용 자기소개서에 적기 위한 자원 봉사도 하기 힘든데 어떻게 흔적도 남기지 않는 무루행을 행한단 말인가?

불교에는 회향廻向 사상이 있다. 회향의 ‘회廻’는 돌린다는 뜻이고, ‘향向’은 다른 것으로 향하게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회향은 돌려서 다른 것으로 향하게 하는 것, 즉 전환이나 변환을 의미한다. 회향 가운데 대표적인 두 가지 형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신이 행한 유루선을 완전한 무루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이 행한 선업의 공덕을 타인의 행복이나 깨달음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불교의 회향 사상은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찰에서 백일기도 마지막 날에는 회향을 한다. 본인이 받을 기도의 공덕을 모든 중생에게 되돌리는 것으로, 이렇게 해야 완전한 공덕이 된다는 사상이 깔려 있다. 이때의 회향은 두 가지 회향 중 후자에 해당한다.

첫 번째 회향에 대해 알아보자. 『8천송 반야경』에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이렇게 설한다. 내용을 알기 쉽도록 조금 바꾸어 소개한다.

"대지에 종자가 뿌려지고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면 그 종자는 반드시 성장한다. 대지는 이 종자의 밭이다. 이 종자는 대지에 의해 길러져 성장한다. 이와 같이 아난이여,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이라는 5가지의 일반적인 덕목은 반야바라밀다(=완전한 지혜)에 의해 길러져 성장한다. 반야바라밀다에 보호받기 때문에 비로소 이들 다섯 덕목도 바라밀다(=완성)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이여, 반야바라밀다야말로 다섯의 바라밀다에 앞서는 것이며, 그 안내자이며, 지도자이다."

종자가 밭에 의해 열매로 성장하듯이, 일반적인 보시와 같은 유루선도 최고의 지혜인 반야바라밀다에 의해 완전한 무루행으로 바뀐다는 내용이다. 대승불교 사상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공과 유식이다. 『8천송 반야경』은 공사상을 선양하는 경전이지만 반야바라밀다에 의해 유루선이 무루행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는 유식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사용하는 용어와 구체적 전환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자원 봉사나 기도도 완전하고도 이상적인 봉사와 기도로 전환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열반과 해탈은 성취된다. 이 모든 것은 반야바라밀다를 얻을 때 가능해진다. 반야바라밀다에 의해 자신이 행한 유루선에 대한 집착 등 모든 번뇌는 소멸하게 되고, 순수한 무루행만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유식은 우리가 반야바라밀다를 얻지 못하는 원인을 어디서 찾고 있으며, 또 어떤 과정을 통해 반야바라밀다에 이른다고 통찰하고 있을까? 이어지는 연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내용들이다.

가야금 소리가 잘 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줄을 너무 세게 죄거나 너무 느슨하게 죄면 안 된다. 가야금마다 알맞은 줄의 세기는 각각 다르다.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반야바라밀다에 매진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도 다 다르다. 기복 불교를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곡도 수련원 부원장.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동국대 불교학과로 학사 편입한 뒤, 유식 사상을 전공으로 석사ㆍ박사 학위 취득. 일본에 유학하여 교토대학(京都大學) 대학원에서 불교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로 재직. 『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공저), 『무문관 참구』(공저), 「유식설에서의 연기 해석」, 「선과 위빠사나의 수행법 비교」 등이 있다.

김사업 부원장은 장휘옥 원장과 함께 전문 수행자의 길을 걷기 위해 2001년 대학 강단을 떠나 남해안의 오곡도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후 세계의 고승들을 찾아다니면서 수행했으며, 2003년부터는 간화선 수행에만 전념하여 일본 임제종 대본산 향악사의 다이호(大峰) 방장 스님 지도로 900여 회에 이르는 독참을 통해 피나는 선문답을 나누며 수행해 왔다. 간화선 수행 전문도량 ‘오곡도 명상수련원’(www.ogokdo.net)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