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나무다.’라는 생각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우리는 나와 나무가 별도로 존재하는 상태에서 내 마음이 나무를 알아보았기 때문에 나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저 사람이 밉게 보이는 것은, 저 사람 자체가 미운 사람인데 내 마음이 그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왜 저 사람이 미운 사람이냐고 물으면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나에게 말을 험하게 하고 예절도 없으며 인색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상대를 미워하는 것이며, 이 미움은 상대가 행동을 고쳐야만 없어진다고 믿는다. 이것은 미운 놈이 나의 외부에 진짜로 있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내 마음은 거울이고 미운 놈은 거울 바깥에 있는 실물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밉다’라는 생각은 미운 놈이 거울인 내 마음에 있는 그대로 비추어진 결과라고 확신한다.

만약 위와 같이 생각한다면 나는 미운 놈을 미운 놈 그대로, 다시 말해 진실 그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된다. 아니, 미운 놈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진실 그대로 보고 듣고 있는 셈이다. 일체를 진실 그대로 보고 있으므로 나는 이미 해탈한 사람이다. 수행도 필요 없고 정진도 필요 없다. 또한 진실 그대로 살아가야 하므로 나는 미운 놈은 계속 미워해야 하고, 괴로운 것은 계속 괴로워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타당하다면, 관세음보살에게도 미운 놈은 있다. 왜냐하면 미운 놈은 진실 그 자체이고 관세음보살은 진실을 진실 그대로 보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관세음보살이 그 사람을 구제하는 까닭은 ‘당신은 미운 놈이지만, 내가 당신보다 몇천 배나 더 나은 관세음보살이니까.’라는 생각이 있어서일까? 

이렇게 생각한다면 관세음보살을 자기 수준으로 보는 것밖에 안 되며, 관세음보살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미운 놈’이라는 생각이 있는 한 이미 관세음보살이 아니다. 관세음보살의 구제는 무주상보시, 즉 아무런 흔적도 없는 보시이다. ‘미운 놈’이라는 생각부터가 흔적인데 어떻게 그것이 무주상보시가 되겠는가.

이런 여러 가지 경우를 고려해 보면, 내 마음은 진실 그대로를 비추는 거울이고 저놈 자체가 미운 놈이기 때문에 밉게 보이는 것이라고 너무나 당연시 여겼던 전제에 의심이 갈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어떤 행동을 얼마만큼 해야 미운 놈이 될까? 사람마다 미운 놈을 가르는 기준은 다 다르다. 미운 놈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은 없는 것이다. 사람마다 미운 놈을 가르는 기준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 자체가, 미운 놈은 외부에 있는 실물이 아니라 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나타난다는 증거이다. 

욕 한마디만 들어도 상대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 정도야 하고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만 사람에게 미움받는 범죄인이라도 그 어머니에게는 그가 결코 미워 보이지 않는다. 미운 놈이 우리 마음과 상관없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전제에 서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실례들이다. 

유식에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유명한 비유가 있다. 동일한 어떤 것이 보는 자에 따라 4가지로 각각 다르게 보인다는 비유다. 인간에게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으로 보이는 저곳이 아귀에게는 피와 고름으로 가득한 장소로 보인다. 물고기에게 그곳은 집이나 길로 보이는 반면, 천상사람에게 그곳은 종종의 보화로 가득한 땅으로 보인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강으로 보인다면, 저것은 틀림없는 강이며 우리 외부에 실제로 강이 있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강이 아귀ㆍ물고기ㆍ천상사람들에게는 제각기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한두 아귀나 물고기, 천상사람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각각의 중생들 모두에게는 전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간 모두에게 강으로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보는 자와 상관없이 실제로 강이라고는 말할 수 없게 된다.

저것은 실제로 강인데 다른 중생들이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강변한다면, 아귀 등도 똑같이 나서서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아닙니다. 우리에게 보이는 피ㆍ고름 등이 옳은 것입니다. 여러분이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저것은 실제로 강일까? 강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유식에 의하면 마음은 마음의 외부에 있는 뭔가를 진실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마음에 대한 유식의 생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이러하다. 마음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과 같다. 꿈속에서는 자신이 쌓아 온 무수한 경험의 단편을 소재로 그때그때 인연에 따라 온갖 장면들이 펼쳐진다.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은 꿈속의 미운 놈이 진짜 미운 놈인 줄 알지만 그것은 자신에 의해 그려진 그림일 뿐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꿈속의 장면들이며, 마음이 그리는 허구의 그림일 뿐이다.

따라서 유식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단지 마음이 만들어 낼 뿐이다.”와 통한다. “미운 놈이기 때문에 밉다.”라고 우기는 우리에게 유식은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미운 놈은 없습니다. 미운 놈은 당신 마음이 그리는 허구의 그림일 뿐입니다. 기쁨도, 슬픔도 마찬가지죠.”

“미운 놈은 없다.”는 말은 고정불변의 미운 놈, 다시 말해 자성으로서의 미운 놈은 없다는 말이고, 미운 놈은 공空이라는 말이다. “미운 놈은 당신 마음이 그리는 허구의 그림일 뿐.”이라는 말은 미운 놈은 실제로 있어서가 아니라 여러 조건에 의해 생겨날 뿐이라는 말이다.

실재하지도 않는 미운 놈이 마음에 생겨나게 되는 조건들과 원리에 대해 치밀하게 밝혀 놓은 것이 아뢰야식 연기설, 즉 식전변설識轉變說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의 연재에서 간략하게 살핀 바 있으나, 다음에 종합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식전변설의 총체적 이해를 위해서는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할 사항들이 있어 그것부터 먼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空사상과 유식사상은 모든 대승불교 교리가 기본으로 삼고 있는,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이다. 인도에서 공사상을 선양해 간 그룹을 중관파中觀派라 부르며 그 시조는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년경)이다. 용수는 모든 것은 자성이 없는 공이요, 자성이 없기 때문에 조건에 의해 생겨날 뿐인 연기가 성립한다고 통찰했다. 즉 연기란 무자성無自性을 의미하며, 무자성인 것이 곧 공이라고 했다. 연기=무자성=공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용수는 기존 부파불교(=소승불교)의 잘못된 연기 이해를 바로잡았다. 부파불교를 대표하는 설일체유부가 이해한 연기는 자성을 인정한 연기였다. 용수는 공의 통찰을 다양한 부문에 적용시켜 거기에 숨어 있는 우리들의 자성적 사고방식의 오류를 예리하게 비판하여 그것에서 자유롭게 하고자 했다.

유식사상은 공사상을 계승하면서도, 모든 것은 공인데 왜 나에게는 공으로 보이지 않고 자성으로 보일까 하는 문제, 다시 말해 미운 놈이 없는데도 왜 영락없는 미운 놈으로 보일까 하는 문제를 정치하게 밝혔다. 인도에서 유식사상을 선양해 간 그룹을 유가행파瑜伽行派 또는 유가행유식파瑜伽行唯識派라 부른다. 

중관파보다 시기적으로 늦게 형성된 유가행파의 시조는 미륵(彌勒, Maitreya)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뒤를 잇는 무착(無著, Asan.ga, 기원후 4~5세기경), 세친(世親, Vasubandhu, 기원후 4~5세기경) 등에 의해 발전되어 간다. 무착과 세친은 친형제로 알려져 있다. 무착이 형이다.

고려 시대 등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유식을 전문으로 하는 불교 종파가 있었다. 종파명은 자은종慈恩宗 등으로 불렸으며, 여러 명의 국사國師와 왕사王師를 배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통 사찰 중 미륵불을 웅대하게 모시고 있는 곳은 대부분 과거에 유식을 전문으로 하던 종파에 속했던 절이다. 예를 들자면 속리산 법주사, 김제 금산사 등이다.

인도의 중관파가 시종일관 모든 것은 꿈과 같아서 실재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면, 유가행파는 그 꿈을 꾸는 마음의 구조와 원리를 철저히 밝힘과 동시에 이에 근거하여 미망의 마음을 깨달음의 지혜로 전환하는 수행 체계를 완성했다. 유가행파의 사상, 즉 유식이 이러한 특색을 띠게 된 것은 유가사瑜伽師라 불린 전문 수행승들의 깊은 선정禪定ㆍ삼매三昧의 체험이 그 형성과 발전에 크게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유가사의 산스끄리뜨 원어는 요가짜라yogācāra이다. 요가짜라는 요가yoga와 아짜라ācāra의 합성어이며, 요가는 ‘선정ㆍ삼매’ 등을 의미하고 아짜라는 ‘행ㆍ실천’을 뜻한다. 따라서 요가짜라의 기본적인 의미는 ‘선정의 수행’이며, 나아가서는 ‘선정 수행자’를 뜻하기도 한다. 유가사는 이 의미 가운데 ‘선정 수행자’에 해당하는 한문 번역어이다. ‘유가瑜伽’는 산스끄리뜨 ‘요가’를 음역한 말이고, ‘사師’는 ‘아짜라’를 의역한 말이다. 부파불교 시대부터 유가사라 불리는, 선정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특정 그룹이 있었고 이들의 깊은 선정의 체험이 유식사상을 잉태한 것이다.

유식은 나무로 보이는 저것의 정체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저것이 나무라는 인식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바대로 인식주관인 마음과 인식대상인 나무가 별도로 존재하는 상태에서 마음이 나무를 알아보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마음의 외부에 나무는 없다. 진실로 있는 것은 인연에 의해 나무의 형상을 띤 마음이 나타나 있다는 이 사실 하나밖에 없다.

마음은 어떤 것을 인식하는 것을 본성으로 한다. 있는 것은 나무의 형상을 띤 마음 자신밖에 없으므로 마음은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 이렇게 마음의 자기인식의 결과로 나무라는 인식이 생겨난다고 하는 것이 유식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해를 위한 설명일 뿐, 실제로 마음에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는 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이유를 유식은 등불의 비유를 들어 다음과 같이 밝힌다.

어두운 방에 등불이 타고 있다. 등불이 빛남으로써 저절로 자신의 모습도 밝게 드러나 있다. 등불 자신의 모습이 밝게 드러난 것은 등불이 빛나고 있다는 이 하나의 사실 때문이지, 등불이 자신을 비춘다는 별도의 작용이 있어서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우리들은 “등불이 자기 자신을 비추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말에 의한 표현일 뿐이지 사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은 이 등불과 같다. 실제로 있는 것은 나무의 형상을 띤 마음이 밝게 나타나 있다는 이 사실 하나뿐이다. 등불이 빛나고 있는 것만으로 등불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듯이, 나무의 형상을 띤 마음이 나타나 있는 것만으로 나무라는 인식이 저절로 일어난다. 마음이 자신을 인식한다는 별도의 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편의상 “나무의 형상을 띤 마음이 자기를 인식한 결과 나무라는 인식이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상의 설명에서 핵심은 이러하다. A라는 인식은 A라는 형상을 띤 마음이 나타나는 것만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마음의 외부에 고정불변의 A가 있고 내 마음이 그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A라는 인식이 있게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마음의 외부에 A가 있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이러한 내용을 나타낸 유식 전문 용어가 ‘유식무경唯識無境’이다.

유식무경은 ‘오직 식(識, vijñapti)뿐이고 경境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식이란 ‘마음이 그러한 형상으로 나타난 것’을 뜻하고, 경이란 ‘외부에 실제로 있다고 오인된 인식대상’을 뜻한다. 내 눈에 보이는 나무의 진실한 정체는 나무의 형상을 띠고 나타난 나의 마음일 뿐이다. 결코 나무가 마음의 외부에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무를 본다. 나와 나무는 별개로 존재한다.’가 상식이다. 이때의 나를 주관이라 하고 나무를 객관이라 한다. 주관과 객관에 해당하는 유식의 용어가 각각 능취能取와 소취所取이다. 우리의 상식에 따르면 주관과 객관, 능취와 소취는 서로 둘로 분리되어 따로따로 존재한다. 나와 미운 놈이 별개로 있는 것이다. 주관과 객관의 이러한 분리를 ‘주객이분主客二分’이라고 표현한다.

주객이분이라는 상식은 유식무경에 의해 부정된다. 유식무경에 의하면 나무의 형상을 띠고 나타난 마음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유식무경에서는 주관인 나도, 객관인 나무도 없다. 이렇게 주관과 객관이 없는 상태를 ‘주객미분主客未分’이라고 한다. 주관과 객관으로 나누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식무경은 ‘어떤 형상을 띤 마음이 주객미분의 상태로 스스로 나타나 있는 것’, 즉 ‘마음의 주객미분적 자기현현自己顯現’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상태를 다르게 표현하면, ‘내가 없는 상태에서 오직 나무만 보이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현현顯現이란 마음이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주객미분의 유식무경의 경지가 실제로 어떠한지 알고 싶다면 화두를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념으로 화두를 들어 그 경지가 깊어지면, 화두에 대한 일체의 분별이나 잡념은 없고 오직 화두만 성성히 살아 있다. 나는 없고 화두만 있다. 주객미분의 화두만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객미분의 화두만 있을 때, 그때는 화두조차도 없다.

주객미분의 유식무경이 모든 것의 진실한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는 엄연히 주객이분主客二分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이것은 어째서일까? 무명無明, 즉 어리석음에 미혹되어 마음이 어지럽게 된 사람에게 마음은 소취 형상과 능취 형상이라는 두 가지 형상을 가지고 나타난다. 소취 형상과 능취 형상은 각각 객관의 형상과 주관의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혜 있는 자의 인식은 유식무경이다. 곧 그에게는 나무의 형상을 띤 마음만 나타난다. 그러나 어리석은 범부에게 마음은 객관과 주관으로 나누어져 나타난다. 요컨대 하나의 마음의 안에서 나무와 이것을 보는 마음, 이 둘로 나누어져 마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위에서 마음은 등불과 같아서, 나타난다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고 했다. 곧 자기현현自己顯現=자기인식自己認識이라고 했다. 이 사실은 어느 경우에나 다 해당된다. 주객미분主客未分의 자기현현에서도 그렇고, 지금과 같이 주관과 객관이 둘로 나누어진 ‘주객이분主客二分의 자기현현’에서도 그렇다.

요점은 이러하다. 범부의 마음은 어리석음 때문에 객관(나무)과 주관(나무를 보는 마음)으로 나누어져 나타난다. 그 결과 범부는 마음의 외부에 나무가 있고 이것을 보는 마음(=나)이 별도로 있다고 착각한다. 사실로서 있는 것은 하나의 마음이 ‘나무’와 ‘나무를 보는 마음’으로 나누어져 나타나 있다는 것뿐이지만, 범부에게는 이것이 ‘나의 외부에 있는 나무’와 ‘그것과 별개로 있으면서 그것을 보는 나’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지혜 있는 자의 인식인 유식무경이 ‘마음의 주객미분적 자기현현’이라면, 범부의 인식은 ‘마음의 주객이분적 자기현현’이다. 범부는 ‘마음의 주객이분적 자기현현’을 주관과 객관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한다.

남는 문제는 유식무경에서든, 주객이분의 상태에서든 왜 마음이 어느 시점에서 특정한 형상을 띠고 나타나느냐 하는 것이다. 마음이 왜 하필 그때 다른 것도 아닌 나무의 형상을 띠고 나타날까? 인연의 힘 때문에 그렇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행한 과거의 업, 다시 말해 여태껏 심어 왔던 종자 가운데 나무로 나타날 만한 종자가 때가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상세히 밝히고 있는 것이 식전변설인데, 다음 호에 언급하겠다. 

창밖에서 “꼬꼬댁 꼬꼬.” 소리가 들린다. 닭이 운 것인가, 뭐가 운 것인가? 

오곡도 수련원 부원장.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동국대 불교학과로 학사 편입한 뒤, 유식 사상을 전공으로 석사ㆍ박사 학위 취득. 일본에 유학하여 교토대학(京都大學) 대학원에서 불교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로 재직. 『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공저), 『무문관 참구』(공저), 「유식설에서의 연기 해석」, 「선과 위빠사나의 수행법 비교」 등이 있다.

김사업 부원장은 장휘옥 원장과 함께 전문 수행자의 길을 걷기 위해 2001년 대학 강단을 떠나 남해안의 오곡도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후 세계의 고승들을 찾아다니면서 수행했으며, 2003년부터는 간화선 수행에만 전념하여 일본 임제종 대본산 향악사의 다이호(大峰) 방장 스님 지도로 900여 회에 이르는 독참을 통해 피나는 선문답을 나누며 수행해 왔다. 간화선 수행 전문도량 ‘오곡도 명상수련원’(www.ogokdo.net)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