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남해 외딴 섬에 수행공간을 차린
장휘옥(54·미래학불교회장) 김사업(44·오곡도불학연구소 소장)씨. 두 사람은 2003년 2월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를 사임한 뒤 정기 배편도
없는 경남 통영의 오곡도로 옮겨 ‘오곡도 명상수련원’을 짓고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장씨는 부산대(화학과)에서 석사를 취득한 뒤
동국대 불교학과에 학사편입해 일본 도쿄대에서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씨는 서울대(영문과)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다가 역시 동국대 불교학과에
편입, 일본 교토대에서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두 사람은 각각 20∼30년 가까이 불교를 공부했고 불교학계의 중견·소장 학자로 자리잡았다.
그들은 왜 그동안 쌓아올린 학문적 기반과 안정된 조건들을 포기하고 남쪽으로 갔을까.

최근 두 사람이 함께 펴낸 ‘길을 걷는자, 너는
누구냐’(더북컴퍼니)는 이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나직하지만 무겁게 “한국불교는 현대인에게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두 사람이 도반으로서 의기투합한 것은 한가지 문제였다. 그것은 말로만 해왔던 선교일치(禪敎一致)를
실행하지 않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였다. 그들 스스로가 교단에 서서 뼈져리게 느낀 것들이다.

“나는 불교 교리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정신적인 자유는 오히려 더 멀어지는 듯했다. 무엇이 문제인가?”(장휘옥)

그런데 지난해 5월 ‘불교 미래
수행’을 주제로 열린 한·일불교국제학술회의에서 장씨는 ‘불교수행의 세계적 현황과 미래’라는 제목의 발표논문을 통해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선원에서 화두수행을 할 때 그 진행 과정마다 방향을 잡아주는 자상한 스승을 찾기 어렵다. 스승을 친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질문하는 것을 분별심으로 간주해버리거나 그저 화두를 들라고나 하기 일쑤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을 중요하게 치면서도, 수행자를 이끌어주고
지도하는 스승은 없고 혼자 깨달은 사람(독각·獨覺)만 있다. 그것이 진정한 스승일까.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뿐이지
전통처럼 자리잡은 한국불교 대중화와 현대화의 걸림돌 중 하나다. 두 사람은 한국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을 지도할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곧 선을 현대에 어떻게 되살리느냐, 이를 위해 섬에 명상원을 짓자마자 일본과 미얀마, 프랑스 등으로
구법순례여행을 떠난다. 세계의 여러 전통에서 독특하게 계승돼온 수행법을 실제로 수행해 봄으로써 자신들의 눈도 새로 뜨고 한국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책에서 그들의 구법여행을 자세히 그리고 친절하게 소개한다. 사실 현재 목마른 불자나 수행을
원하는 일반인에겐 머리에 쏙 들어오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주류 불교계에선 꺼림칙해 할지도 모른다.

우선 우리 불교계가 일제강점기와
이후 불교정화운동을 거치는 역사적 환경 속에서 애써 외면해온 일본의 불교, 그 중에도 우리와 같은 간화선을 하는 임제종의 대본산 중 하나인
고가쿠지(向嶽寺)에서 여러 차례 참여한 셋신(攝心·집중수행)의 경험을 들려준다. 치열하기는 우리보다 뒤지지 않을 셋신의 다른 점은 방장스님이
일일이 수행자들과 하루 4∼5차례씩 갖는 독참(獨參)이다.

임제종에선 ‘독참을 하지 않으면 좌선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독참을 중시하는데, 이를 통해 수행승들은 깨닫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아 정진에 박차를 가한다. 또 하나는 우리처럼 하나의 화두를 끝까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다른 화두를 받는다는 것.

그 다음은 위파사나 수행이다. 이 수행법은 최근 한국인들에게도 빠르게 번지고
있지만 주류 불교계는 제3의 수행이라 치부하며 도외시하고 있다. 두 사람은 미얀마의 고엔카지에서의 수행경험과 프랑스에 있는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에서의 수행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이밖에도 숭산스님의 제자로 파리의 관음선원에 있는 미국인 우봉스님 등 적지 않은 외국인
수도자,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이같은 구도여행을 통해 얻은 현대적 전통을 쌓아가는 해외불교의 공통점은 이런 것이다.
첫째, 스승과 수행자가 정기적으로 만나 점검하고 개인에 맞는 수행법을 제시하는 ‘맞춤형 수행’이라는 점. 둘째는 대부분의 수행처가 교리와 수행을
함께 중요시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문제제기가 머지않아 한국불교의 화두로 들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