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신이 고등학생 때 대인공포증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알고 싶어 불교로 전공을 바꾸기도 했고,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 대학교수를 내려놓기도 했죠. 저도 파란만장한 지난날을 겪어온 셈이죠. 제 경험을 털어놓고, 삶을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대자유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일본 도쿄대에서 불교학 박사를 받고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1년 말 사표를 내고 남해안 오곡도로 들어가 명상수련원을 세우고 참선 수행에 전념해 온 장휘옥(63·사진) 원장이 자신이 지나온 길과 수행기를 담은 '새처럼 자유롭게 사자처럼 거침없이'(도서출판 이랑)를 펴냈다.

이 책에는 유난히 소심하고 불안장애에 시달렸던 10대 시절, 대학과 대학원에서 화학을 공부한 후 불교가 알고 싶어 스물일곱에 동국대 불교학과에 편입하고 10년 넘게 한국과 일본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과정,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강의와 연구에 몰두하던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학자로서의 활동, 그리고 실천이 따르지 않는 이론의 한계를 느끼고 홀연히 길을 떠난 후 수행의 스승을 찾아 세계 곳곳을 다니는 한편 찾아오는 수련생을 지도해온 10년 세월과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이 담겨 있다.

"불교 공부를 하면서 머리로는 잘 알지만 몸으로 부딪치면 따라주지 않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이런 괴리를 고민하다가 결국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씨는 학교를 떠난 뒤 당시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아 가던 위빠사나 수행법을 배우기 위해 미얀마의 셰우민 센터를 찾았고 이어 베트남에서 망명한 틱낫한 스님이 이끌고 있는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 티베트 불교 센터인 스위스의 랍뗀 최링, 일본의 임제종 본산인 고가쿠지(向嶽寺) 등을 돌며 수행법을 익혔다. 그러고는 '오곡도 명상수련원'에 여름과 겨울 1주일씩 집중 수련 과정을 개설하고, 수료생을 대상으로 주말 수련 과정을 운영하는 등 참선의 보급에도 힘썼다.

'오곡도 수련원'은 통영에서 1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수련원 외에는 상주인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배편도 없다. 장씨는 "육지에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찾아올 텐데 바다가 막아주어 수련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오곡도 수련원은 수련생을 1:1로 지도하는 '독참(獨參)'이 특징이다. 장씨는 "불교 교리는 독학이 가능하지만 참선은 혼자서 할 수 없고 스승이 자주 경지를 점검해 주어야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일본 고가쿠지의 다이호 방장 스님에게 900회 이상 독참 지도를 받은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한국에서는 약해진 독참 전통을 되살렸다.

장휘옥씨는 올바른 수행을 위해서는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고 권한다. 과거에 집착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괴로워하지 말고 순간순간 해야 할 일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상심(平常心)이고 도(道)라고 했다. 장씨는 "오곡도 선방에서 남해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우리가 사는 매일매일이 유일한 날, '최고의 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