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

편지 잘 보았어요. 솔직해서 좋았어요.

6박 7일 동안 엄마 옆에서 큰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고
당차게 좌선하던 진희의 모습이 편지를 읽고 나니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우리도 처음엔 선착장에서 수련원까지의 가파른 길을 보고 아찔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빈손으로 오르기엔 아까워서
지게에 짐을 지어 오르거나 해변에 밀려온 땔감용 나무라도 들고 오르게 되었지요.
이 일을 계기로,
힘들게 보이는 일도 힘들다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게 되었지요.
마치 진희가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일에 익숙하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라면이 그렇게 맛있었다니,
다음 번에 올 때는 라면을 종류별로 준비해놓고 대접할게요.
어떤 친구를 데리고 올는지 기다려지네요.

좌선의 맛을 알게 되면
누가 뭐라고 해도 평생 좌선을 하게 된다고 해요.
화두 무(無)는 머리를 쓰거나 책을 통해서는 볼 수 없어요.
무와 하나가 되었을 때만 보이게 되죠.
과거의 미련,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등 자신의 생각들이 깡그리 사라졌을 때에만
무와 하나가 될 수 있죠.
언젠가는 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
(오곡도 집중수련회 때의 마음 자세로 한다면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진희도 성인이 되어가면서
좌선을 포함하여 동양 문화의 뛰어남이나,
동양 정신의 심오함을 알게 될 거예요.
이러한 뛰어남과 심오함을 내면에 갖춘
훌륭하고 멋있는 여성으로 성장하길 바래요.

동욱 오빠는 어떻게 지내요?
무를 보았대요?

진희와 엄마, 아빠가 풀 베고 잡초 뽑았던 밭에서는
콩이 잘 자라고 있고,
동욱 오빠가 갈았던 밭에는 감자를 심었는데, 싹이 트고 있어요.
진희네 가족이 울력 후 몸을 담구었던 바닷물은
가을의 문턱에서 더욱 맑아졌고
수련원 주변의 풀벌레들은 자신들의 울음소리로
가을을 부르고 있어요.
마당의 잔디들도 조금씩 가을빛을 내고 있답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에게도 안부 전하고
건강하고 총명한 진희를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

장휘옥, 김사업 씀.



---------- 임진희 님이 작성한 원본 ----------

Dear Dr. Jang and Dr. Kim,

My visit to the 오곡도 center was a memorable experience. I have learned many new things and had a taste of what it is to meditate. Even though I have not seen "무", I have learned to be patient and to concentrate on only one thing.

When I arrived on the shore of the island, the first thought that entered my head was "Do we HAVE to walk up all those stairs?!". When I reached the top, I was extremely agrivated and couldn't WAIT until I was able to get on a boat and leave the island. >_<

As time progressed, the meditating and the waking-up-in-the-morning-at-4-o'-clock didn't really bother me that much. I said to myself "I might as well make good use of my time. I'm not going to leave here until time is up so might as well try to learn something." I tried to understand why people meditate and why some people would give up their title as "professor" or give up a job at the LG company in order to teach other people the importance of meditiation.

*****But, seriously, I must THANK YOU for giving me time to sleep and take a break while other people had to meditate. Those little breaks SAVED MY LIFE~!! ^_^ And thank you for the ramen. It was DELICIOUS.

I guess I will conclude here. I hope that you will be able to understand this. I tried to make it as simple as possbile. I could've put a MILLION college vocabulary words but i thought I should be nice. Anyways, I hope that I will be able to come back here..sometime...before college. I'll bring a friend. =)

SINCERELY,
Jean Lim~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