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날 서울로 돌아온 것일 뿐인데… 오곡도에서의 일이 벌써 까마득한 예전 일만 같다.
이렇게 쉽게 다시 현실로 녹아들어 다시 가슴을 조이는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안타깝고 우습기까지 하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늘 가슴이 답답했고…이제 떠날 시기가 다가왔음을 온몸으로 감지하면서도 나를 붙잡는 무수한 위협들에 또 가슴이 덜컹거린다.
이번에는 나를 믿어줘야 한다. 나는 늘 너무 진지해서 나를 쉬게 하는 법을 몰랐다. 내가 해야 할일은 오로지 나를 기쁘게 하는 것 뿐인데… 현실을 털고 떠나본 적도 없는 동료들의 조언과 걱정이 나를 위협하고 옭아매고 있다. 내 방황이 실패한다 해도 뭐 그리 잃을 것도 없는데 말이다….
어렵고 힘들게 얻은 교훈이다. 두려움에 밀려서 또 다시 뒤로 도망가지는 말자고 다시 다짐하고 있다.
오곡도를 안지 2년째.... 나 자신 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았던 갑갑함에서 벗어나 이번에야 마음을 붙이고 나온 것 같다.
떠나면서 오곡도 선착장에서 손을 흔드는 은석이를 바라보면서 눈물을 왈칵 쏟아냈었다.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기쁜 마음으로 우주같은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어서 올 거라고.. 그동안 인색했던 감사의 마음을 수련원으로 보냈었다.
나는 불교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지만……어떤 부분이든 나는 지식과 지혜의 구분 앞에 냉정했었다. 진짜로 느껴지는 무엇…내 몸을 충분히 담글 수 있는 무엇을 찾아 늘 방황을 해온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껍데기 같은 삶을 제대로 돌려놓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던가…. 수행에 모든 것을 던져넣으신 두분을 보면 더 이상 롤모델이 없다는 핑계를 댈 수도 없게 된다.
현실에 충실해서….… 순간에 집중하는 그런 삶을 살도록 오늘도 힘을 기르겠다…

저녁 수련을 끝내고 오곡도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빛이 아련하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