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오곡도 인연은 어디서 왔을까?
지난해 겨울비가 내리던 날
내 생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시련이 닥쳐왔다.
그제서야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보았지만
돌이키기엔 너무나 멀리 떠나와 있었다.
그러고도 난 자신이 움켜지고 살아가는 것을 놓을 수가 없었다.
참담한 고통의 댓가로 얻은 귀한 시간으로
나의 발길은 오곡도로 가고 있었다.

10년 전 불교대학에서 들은 두 분의 강의 내용이 스쳐 지나간다.
석두인 나의 머리에 유독 남아 있는 것이 둘이 있다.
하나는 장휘옥 교수님의 ‘원효를 찾으러’에서 얻은 “一切唯心造”
또 하나는 김사업 교수님의 제8식 아뢰아식에 남아 있는 종자인
악업과 선업의 과보는 서로 상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知)로는 이해가 되는 것들이 몸(行)으로는 그 답을 찾을 수가 없었고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두 분께서 주시는 답을 찾았다.
“應無所住 而生其心” 그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마음
악업에 대한 과보도 받되 받은 바에 머물지 않는다면 ......
두 분께서 세속의 모든 것 버리고 떠나간 섬 오곡도에서
無 無 無 .....
이제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움켜지고 살았던 자신에 대한 집착도 떨쳐버리고
두 분이 가시는 길을 말없이 따라 가겠습니다.

과거의 미련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모두 내려 놓고
오로지 현실에 100% 살라하시는 삶의 지혜를
멀고도 먼 길을 고뇌와 갈등 속에서 얻은 모든 것들을 다 버리시고
우리에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 길의 안내자가 되어 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좋은날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