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없어 풀만 무성하더니 그예 담을 쌓았구나.
이제 그도 모자라 파도로 둘러치려는가?
섬을 지키려는 바위와 부수려는 바다가 밤세워 시끄럽고
온 힘을 다해 구멍 숭숭 난 바위에 엉켜 붙은 해초와
밟아도 부서지지 않아 하얀 상처 성긴 따개비들과
방향 없는 바람에 엉키는 새벽안개를
그리도 만만히 보았단 말인가?

혹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려고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노래 다 불러보고
갔던 길 다시 돌아오길 수십 번
그 하늘에, 그 바다, 그 길, 그 마늘밭
책 한권 읽어지지 않고
음악 한 곡 들어지지 않는
배신당하기 위해 찾아온 섬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내일을 의심치 않고 연습처럼 살아온 일상을
한번도 사랑해 보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미치도록 간절히 기다려 보지 않은 시간을
내가 사랑하면서 사랑한다 말 못해 본 것들
그리고 그동안 소중함을 잊었던 소중한 사람들
그것들을 그리워함이 모자라고도 모자라
갯가 조약돌처럼 이리 험하게 내던져 버리려는가?

바다은 그대가 혼자인 것을 특별히 알아주지 않고
지금 이 순간 혼자 있다는 것도 알려하지 않고
자신을 가둔 섬에서 스스로 결박당하는 그대에게
현혹되지 않고 또 별로 관심 가지지 않을 것이다.
바다의 일은 바다의 몫이니까
모든 것이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유독 혼자 슬퍼할 일도 아닐 것이다.

내일도 새로운 해가 뜨고
또 다른 바람이 불고
파도의 색깔까지 바뀔 것이다.
과거는 이미 대가를 치른 것
예약하여 손해 볼 것 없는 내일
이왕 섬으로 갔으니
아예 그 섬을 너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