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과 부원장님. 함께 수련하신 도반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오곡도로 가는 배를 타고 맑고 푸른 바다를 건너면서 느낀 두근거림이

어제와 같이 생생한데 벌써 일상으로 돌아와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몸은 세속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아직도 오곡도에 두고 온듯

기분이 붕 떠있고 남해 밤바다의 절경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배고프면 밥먹고 졸리면 잔다'
이 말을 6박 7일간의 수련후기라 한다면 부족할까요?
일할 때는 일에만 100% 집중하고 '무'자 화두를 들때는 100% 무가 되고..
순간순간 온전히 몰입할때 '나' 라는 것이 자취도 없이 사리지는 것같습니다.
물론 이런 수행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자꾸 딴 생각이 떠오르고 알아차리고 났을떄는
이미 망상의 집을 한채 지어놨습니다.
그러나 뱀이 나아가는 성질에는 비록 굽게 되어 있지만,

만약 대나무 속으로 들어가면 스스로 바르고 곧게 되듯이

스승님의 바른 지도로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보면

분명히 지금 이순간을 온전하게 살 수있음을 확신합니다.


수련기간동안 매일 부원장님의 강의가 있었는데요.
한손으로 타자를 치면 칠수야 있지만 두 손으로 치는것에 비할 바가 못되듯이
교리와 수행이 왜 같이 행해져야 하는가하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특히 불교의 핵심 교리인 '연기'에 대한 설명이 인상깊었습니다
"물컵에 담겨잇는 물이 바가지로 옮겨지면 물컵의 모양을 고집하는가?

아니면 100% 바가지 모양이되는가?'"

이렇게 알기 쉬운 예를 들어주셔서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

또한 중간중간 원장님께서

수행경험이나 스승님(향악사 방장스님) 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흥미진진하게 들었습니다.

힘든 좌선이였지만 이런 말씀들로 인해 힘내서 앉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독참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수행자가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바른 길을갈 수 있도록

스승이 수시로 1:1 수행점검을 해주는 것이 '독참'이라 합니다.
독참을 실제로 해보니 수행자를 분발하게 만드는 참 훌륭한 전통인 듯합니다.
실시간으로 수행점검을 해주니 몸은 힘들어도 내가 바른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고
지치지 않고 수행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스승이 수시로 제자를 바로잡아주는 시스템이 왜 한국에는 없는지 정말 아쉽습니다.


집중수련회를 마치고' 이길이 내가 갈 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적 방황을 어느정도 끝내니 마음이 후련합니다. 가야할 길이 명확히 보이니까요.


길고도 짧은 기간동안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신 원장님과 부원장님.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신 여러 보살님들.
무사히 수련을 끝마칠 수있게 도와주신 거사님들께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아 그리고 좌선중에 잡생각을 떠나 '무'에 집중할 수있게
사자후를 외쳐준 해탈이에게도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