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아버지가 여름 휴가를 섬에서 참선을 하며 보내자고 하셨을 때
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러자고 따라 나섰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고들 하죠?
딱 그 꼴이었습니다.

전 그냥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자연 속에 묻혀 조용히 지내다 오는 건 줄로만 알았습니다.
물론 바닷바람도 맞았고, 자연 속에 묻혀 있었고, 조용히 지내다 왔죠…

하지만
기대했던 이상의 그 무언가를 얻어오리라곤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동이 트기 전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하고
무릎이 붓고 몸이 배배 꼬일 때까지 정자세로 앉아있었으며
뜨거운 볕 아래에서 땀 범벅이 되어 호미질을 했습니다.

하지만
동트기 전에 일어난 덕에 새벽이 주는 경건함과 백지 같은 마음으로 목탁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힘들게 힘들게 앉아 있었기에 화두를 들어 마음의 호수에 불던 바람을 잠재울 수 있었으며
열심히 땀 흘린 덕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 한잔과 찐 감자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스승님 두 분
함께 수행한 선배님들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주신 보살님들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만나고 정을 쌓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진심으로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해탈이도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