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간 중 원장님과의 독참은 매일 1~2회씩 이뤄진다.
가장 치열하고 긴장되면서도,
매번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다.

헤아릴 수 없는 경지에 이르신 분과 1:1로 마주한 그 짧은 시간은
나에게 온전한 '멈춤'이다.

어느 때는 견처(見處)가 없이 들어가 맨손으로 뵙기도 하고,
어느 때는 엉뚱하고 어리석은 견처를 확신에 차서 들고 간다.
한심한 경지는 곧바로 드러나고 단 한번에 박살이 난다 (흔적도 없이).

주어진 화두에 대한 견처는 무조건 '체득'을 통해서만 찾는다.
99% 집중했고 1% 머리 굴림이 섞여 있었다면 바라지 말아라.
당연히 오답이고 그대로 초전박살이다.
(실제로 겪어보면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머리 엔진을 멈추고,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오직 화두에만 집중한다.
다음 독참까지 무조건 견처를 내보여야 한다.
그러나 매번 조바심에 잔머리에 욕심에 (습관처럼)
화두를 놓쳐 버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진실로 체득한 견처를 내보이면,
부연설명은 필요없다. 그 자체로 이미 어떻게 얻은 견처인지 다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윽고 원장님의 한마디는 그 체득된 견처와 함께 그대로 다시 내 온 몸에 와서 꽂힌다.
'아...!' 외마디 비명도 나오지 않는 순간.

내 모든 세포가 단번에 깨어나는 순간.

이 순간을 도대체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번 2주간의 집중 수련동안 이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스승님이 직접 동행하시다 보니,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함께 가기는 더욱 어렵고 귀한 과정이다.

하지만 좌선속에서 깨치는 화두란, 일상에서 나 자체가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몇 해에 걸쳐 '피난처'처럼 오곡도를 오가지 않았나 돌아보며
그리고 그 귀한 가르침에도 변화하지 못한 스스로를 쳐다보며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였다.

서울로 돌아온지 3일째.

굴절되지 않고, 숨김도, 거짓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살 수 있는 연습을..
'처처의 주인'이 되어 항상 깨어 있기를...

이 덥고 힘든 날씨에,
단 한사람도 놓치지 않고 가르침을 주시기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두 분께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코끼리 발가락도 아직 못만져보고 이렇게 용감한 후기를 올립니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그 여행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