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10여년만에 집중수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직장인이면서 주부인 나에게는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수련회를 마치고 떠나올때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지난연말 1년을 돌아보며 365일 전체보다 단7일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올 해는 소중한 것에 시간을 쓰리라 다짐했다. 1월 집중수련에 남편은 2주를 모두 참여하겠다고 했다. 나도 가고싶었지만 여름휴가도 아니고 연초에 일주이 휴가를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휴가를 신청했고 허락을 받았다. 남편은 나의 결정을 존중하고 자신이 1차만 하겠다고 했다. 

지난 여름 일주일만에 화두를 뚫겠다는 포부를 안고 왔으나 어떻게 화두를 드는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온 후 직장에서는 "한처장이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이제 두번째에는 화두에 대한 욕심없이 단지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첫번째 제창시간에 '나는 누구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했다. 그래서 화두를 들 때 그 말을 떠올렸다. 분별심을 버리겠다는 다짐을 하며 화두를 들었다. 다음 제창시간에는 온 몸의 뼈와 털구멍 하나하나 모두 '무'가 되어야한다고 했다. 또 화두를 들때 지심귀명례하듯이 온 마음과 온몸으로 '무'에 집중하라고 했다.

둘째날까지는 바깥에서 고민하고 처리해야할 일에 대한 생각들이 지속적으로 떠올랐다. 그래도 조금씩 화두에 집중이 되어갔다. 그러나 화두에 집중을 하다가도 어느새 보이는 것 들리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곤했다. 특히 평상시 호흡명상을 하던 습관때문에 호흡에 많이 빼앗겼다. 원장님께서는 그런것에 개의치말고 다시 화두로 돌아와 오직 '무' 하고 계속해나가라고 했다.

제창과 독참의 힘으로 셋째날부터 화두에 집중이 되었다. 화두를 들면서 나에 대한 집착이 보였다. 이 몸이 나라는 생각, 목숨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고 나라고 할만한 실체가 없다고 나에게 다시한번 상기시켰다. 분별심을 내려놓아야 화두가 들리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모든 분별심을 내려 놓겠다고 마음먹고 화두를 들었다. 화두에 집중이 되고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했다.

화두를 들면 평상시의 내 생각, 마음상태,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묵언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평상시에 부처님께 귀의하고 정법을 실천하겠다는 발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분 스승님이 강조하시는 바대로 예불할 때 진심으로 참여하였다. 계향, 정향, 혜향, 혜탈향, 해탈지견향을 올려야겠다 마음 먹었다. 내 자신이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구가 되어야겠다 발원하였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통영터미널에 10시 57분에 도착했다. 마침 11시 차가 있었다. 그런데 먼저 예매한 차표를 반환하는데 결재한 카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카드 번호를 알아내는 사이 시간은 이미 11시가 넘어 버렸다.11시 차를 놓친 것에 대한 불만으로 화가 났다. 그때 무-하고 화두를 들자 화가 사라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버스에서도 무-하고 화두를 들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은 막걸리를 마시는데 나는 물을 마셨다. 화두와 일상이 둘이 아님을 알기에 정신을 흐리게 하는 술을 마실 수 없었다.

밤에 잠을 자는데 잠결에도 화두를 들고 있는게 느껴졌다. 5시에 알람이 울렸다. 12시 넘어서 잤는데도 가볍게 눈이 떠졌다. 예불을 올리고 참선을 하였다. 화두와 일상이 여일하기를 발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