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 마지막 날 그 곳에 바람이 있었다. 

 어스름한 저녁 수도가를 지나는데

 비누와 수세미가 있던 곳에 대야가 덮히고 그 위에 돌 하나가 조용히 앉아 있다.

 때로 그런 순간이 있다.

눈 앞의 한 장면이 가슴으로 뛰어들어와 마음 속 풍경으로 남는.

그날 밤 나는 잠에서 깰 때마다 대야 위의 돌을 보았다.  

정리정돈 잘하시고 지저분한 것을 못보는 한 분이 계셨다.

세세한 물건은 솜 위에 핀을 열 맞추어 꽂아 정리하고,

그 분의 손을 거친 걸레는 행주와 구별할 수 없었다.

함께쓰는 공간은 비슷하게나마 하려고 했으나

내 자리는 좀 어질러 놓아야 마음이 편했다.

비록 나중에 찾더라도 불편하더라도 정돈하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 뿐 아니라 사물들도 제자리에 있음으로서 의미가 생긴다는 걸.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깨어있게 할 수 있음을

돌 하나, 빨래 집게 하나조차 참선하듯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곡도를 다녀오며

나는 이렇게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