烏谷島는,

박경리 원작의 토지에서, 월선이를 사랑하는 용이와 칠성의 처 이었던 임이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용의 아들 홍이 장가를 갑니다.
『말 등에서 흔들리며 홍이는 하늘과 산과 강물을 바라본다.
하늘과 산과 강물과 같이 홍이는 진정 무심하다.
별난 것도 없고 별나게 살아도 안 될 것이며 두드러지게 보여도 안 될 것이었다. 세상은 살아가기 힘든 곳이지만 쉽게 살수 없는 곳도 아닐 것이며, 뜨겁게 살 수 없다 하여 차갑게 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다고 하여 미움으로 살아도 아니 될 것이다.
그러며는 지아비도 될 수 있는 것이요 아이아비도 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지아비가 되고 아이아비가 되고 그리고 아이할아배가 되고 버둥거리고 나부대어도 결국 저 산천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을. . . .』 (토지 제3부 제16장)
그 하늘과 산이 통영의 하늘과 산입니다. 그 땅이 통영 땅입니다.

적은 나를 베려 한다.
내가 적을 베지 못하면 적은 나를 벨 것이다
나를 벤 다음에는 조정으로 갈 것이다.
내가 적을 베면 조정에서는 나를 벨 것이다.
이미 중간의 장수들은 등을 돌려 적의 수중으로 들어 갔다.
조정의 대신들은 내가 이기기 만을 노리고 있다
이 싸움에서 내가 진다면 不忠으로 벨 것이다.
이긴다면 대신들은 나를 명령불복종으로 벨 것이다.
이것이 전쟁에 임하는 이순신 장군의 테제입니다.
그 테제는 절망입니다.
그 땅이 통영 땅입니다. 그 바다가 통영 바다입니다.

순결미를 지닌 홍이의 통영 땅은 삶과 해탈의 길입니다
비장미를 가진 이순신의 통영 바닷길은 죽음과 해탈의 길입니다.
두 길은 같은 길 입니다.

산은 내려 오다가 통영에 머물렀는데도, 그 바다는 위로 올라 가려고 오늘도 자꾸만 파도를 보냅니다. 그 사이에 오곡도가 있습니다.

인도에는 길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길입니다.
하나는 죽음의 의미를 알아가는 길입니다.
인도에서 오는 길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타크라마칸 사막을 지나 중국을 거쳐 땅으로 오는 길입니다.
하나는 파도 속에서 보살님의 가호를 빌며 바다로 오는 길입니다.
두 길은 같은 길 입니다.

길은 산과 바다 사이에 있습니다
오곡도에도 산과 바다 사이에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바다도 오곡도로 들어 옵니다.
땅도 그 길을 따라 오곡도로 들어 옵니다.
그래서 그 길은 인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곡도에는 길이 두 개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는 길입니다.
하나는 스스로 관세음보살이 되는 길입니다
두 길은 같은 길이라고 합니다.
오곡도에서는 어느 길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죽음과 삶은 같은 것이라고 가르침을 주셨던 두 분께서, 드디어는 죽음과 삶이 하나로 겹치는 그 곳에서 그 의미를 더 가르쳐 주신다는 말씀을 벌써 듣고도 그놈의 게으름 때문에 이제야 삐죽 이곳에 얼굴을 디밉니다.
게으름보살의 현신인 저는 금강불교대학을 저의 처와 함께 제17기로 다니면서 강당 앞줄에서 세 번째줄에 앉아 턱을 치켜들고 두 분 교수님의 강의를 총기있게 듣던 윤태용이고, 제 옆에서 맨날 꾸벅 꾸벅 졸던 저의 처는 김순애입니다.
장교수님께서 수행에는 게으름이 가장 나쁘다고 말씀 하셨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수행이 덜 되어서 게으르다고 하셨는지 게을러서 수행이 덜 되는 것이라고 하셨는지, 불교를 더 공부해야 게으름이 없어진다고 하셨는지 게으름이 없어져야 불교를 더 공부할 수 있다고 하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여간, 三業에 하나를 더 하여야 하는 교수님과 못생긴 남자와 비슷하게 생기신 장 교수님께 이제야 인사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이곳에 자주 드나들면서 좋으신 말씀 귀담아 듣겠습니다.

가고 오는 세월속에 그저 팽팽하시고, 오곡도 바닷물처럼 날마다 맑은날 되시옵소서. 늦게나마 새해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