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감당하기 힘든 줄 알면서도 

드디어 오곡도에 입성 했습니다.

알면서도 공부를 안 하는것이 더 무거운 짐이라는것을 알면서

호기심과 진짜 수행을 해야 될 때임을

스스로에게  격려하며 오곡도 문지방을 넘었습니다.

돌 하나하나가 허투루 놓여진 것이 없고

밭이랑 하나하나가 꽃이었고

어울려 숲이 되어가는 나무들과 꽃나무 그리고

대나무 부딪히는 소리는 두분의 열정과 수행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눈물이었습니다.

저도 나름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했는대

오곡도에서 무릎이 꺽이고 말았습니다.

원장님과 부원장님의 타협하지 않는 수행이

모든것을 버리고 그렇게 아름다운 수행처를 만드시는 그 땀과 눈물이

갈수록 감동입니다.

그 감동이 고요해질때

가르침을 주셨던 '무'자 화두를 들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볍운 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무자 화두가 익어가는것이

익게 하는것이 원장님과 부원장님의 뼈를 깍는 그 아름다움에

조금이라도 부끄럽지 않는것이겠지요?

그러나 자신 없습니다 ㅎ

세월을 거꾸로 사시는 세 거사님들의 젊음어깨가

우리를 든든하게 하셨고

긴장감과 지루함을 해탈이가 비타민처럼 풀어 주었고

일주일 내내 세끼공양의 두 보살님의 손끝과 마음자락은

공양도 수행임을 일깨워 주셨슴다.

도반님들의 말없는 말과 발이 구석구석을 챙기고 배려하시는 모습 또한

두분을 닮아 계시더이다.

공부가 진전이 되지 않아

약이 올라 조주스님이 옆에 계시면 멱살이라고 잡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는대

그 약발로 화두와 맞짱 뜨도록 분발하겠습니다.

틈틈이 법당뒤에 올라가 바라 보았던 바다가

많이 그리워질것 입니다.

일기예보를 더 눈여겨 볼 곳이 생겼다는 그리움으로

또 긴 여운으로 살아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