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귀한 시간은 언제일까? 그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순간이다.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저당 잡히고 찾았던 가장 고귀한 것은 부귀영화도 사랑도 아닌 순간의 아름다움이었다. 오곡도의 스승님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방법을 몸소 보여 주신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어제에 살거나 내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신다.

   선을 배운다는 것은 잘 사는 방법 즉, 순간을 100% 살아가는 것을 익히는 것이다. 오곡도를 오가면서 스승님의 가르침 덕에 순간을 살고자 하였지만, 일상의 생활을 지속하다보면 어느새 처음의 결심은 대낮의 달처럼 실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오곡도의 집중수련을 지속하다 보면 순간을 사는 시간들이 늘어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일상의 힘겨움을 담담히 넘길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가끔은 옥빛 물결이 잔잔히 물결을 이루며 하늘 가장자리에서 하늘 중앙으로 건너오는 파아란 해변을 바라볼 때, 하늘이 바다고 바다가 하늘로 보이게도 한다.

   이번 울력에서 법당 뒤 야산에 동백나무를 덮어버린 칡넝쿨을 베는 일을 하며 칡의 생명력과 팽창력을 실감 했다. 동백나무의 형체조차 알 수 없게 했던 엄청난 칡넝쿨의 근원(뿌리)이 한 두 개의 칡뿌리임을 보며 한 생각이 확장되는 결과물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법당에 나와 낯선 도반 한 분을 뵈었을 때, 아! 이 분은 ~한 분이구나 하며 판단하려고 하는 나를 발견한 순간,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멈추기도 했다.

   이렇듯 오곡도에서의 집중수행은 나 자신과 대면하고, 자연과 대화하고, 내 안의 칡뿌리를 찾아 뽑아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나와의 대면은 뜸해지고, 내 안의 칡뿌리는 내 머리와 온 몸을 덮어버리고 있다.

   원장님, 부원장님 건강하세요. 두 분의 가르침에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는 저희들을 위해서 건강히 오곡도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