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

맛있는 간식을 싸들고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들고 부산 가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 선사초청 범어사 설선대법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급히 읽다가 체할까봐 가능한 한 천천히 읽으려 노력하면서
결국 두 시간 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
"지난 세월 쓸데없는 생각 많이도 하고 살았구나."에 눈길이 머물렀을 때에는
온 몸에 번쩍 전기 같은 것이 흐르더니 눈물이 맺혔습니다.

저는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는 출판기획자입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책을 만들고 읽어왔지만
이렇게 절절하게 사무치게 읽히는 책은 참 오랜만에 만나봅니다.

사춘기 시절 어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뭔가 사무치고 북받쳐 오르는 것이 있어
책상 위에 엎드려 울었던 그 시절 이후
거의 처음 느껴보는 감동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에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는 어느 유명 인사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귀한 책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권 더 사서 도반들께, 주위의 벗들에게 선물할 생각입니다.
범어사 설선대법회 끝나고 초여름쯤 가능하면 시간을 맞추어 수련회에 한번 참가해보고 싶습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늘 건강히 지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