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옥
그녀와의 첫 만남은 1971년 대학 초년병 시절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의 만남같이 스쳐 지나가는 아주 평범한 만남이었다.

이름이 희옥이 아닌 휘옥으로 좀 특이했고 유난히 키가 컸으며 사내같은 인상만 남기고 졸업 후 우린 서로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녀가 있었다는 것도 잊은채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은 대학을 졸업하고 20년이 훨씬 지난 1997년이었다.
그때 난 불교 공부를 하고 싶어 동산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통신으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정토 불교 강좌를 테이프를 통해 듣는데 강사가 낯익은 이름이었지만 장휘옥 그녀인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강의 도중 자신의 저서인 정토불교를 읽어보라고 권하길레 서점에서 책을
사서 첫장을 넘기니 저자의 프로필과 사진은 20여년 전의 장휘옥이었다. 반가움에 전화 통화를 하고 그녀가 동국대 교수로 불교학자가 되었구나 생각하며 또 서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세 번째 그녀와의 만남은 2000년 내가 다니는 작은 절 율곡사에서 불교 강의의 초청강사가 장휘옥 교수였다. 서울에서 시골 산간까지 주말에 2시간의 강의를 위하여 비행기로 다녀가곤 했다.

그녀가 한 강의중 "기도하십시오. 기도의 공덕은 있습니다. 우리가 공부를 하지 않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제대로 기도하지 않고 기도의 공덕이 없다고 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것도 핑계다"고하며 기도하기를 권했다.

그때 그녀의 모습은 20여년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각진 얼굴 윤곽선은 아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얼굴이 많이 변했다고 하니 기도하면 근육이 이완되어 얼굴 모습이 바뀌어진다며 기도하기를 강력히 권했다. 그리곤 그녀와 헤어졌다. 그 후의 소식은 대학 강단을 떠났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지냈다.

2004년 여름 방학을 맞아 마음공부를 하러 어디로 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로 부터느닷없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통영 앞 작은 섬 오곡도에 수련원을 열었으니 한번 와 볼래? 하며 권했다.
연속 일주일간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지만 모든걸 뒤로 미루고 단숨에 가기로 마음먹고 2004년 여름을 오곡도 수련원 1기생으로 하계 집중 수련을 하였다. 수련기간 중 독참은 공부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힘든 수련이었지만 수련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생활은 무척 편안했다. 나라는 자아에서 순간 순간 벗어 날수 있었기 때문에. 이것으로 그녀와의 인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71년 만남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선지식으로 내게 다가왔다.

완고한 할아버지지만 딸인 나의 부산 유학을 반대하지 않은 까닭은 평소 불심이 깊은 할아버지의 기도가 그녀와의 인연의 고리를 연결한 것인 것 같아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정진하고 있다..

2005년 5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