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가 모두 끝났는데도

한참동안이나 총평과 사진이 오르지 않은 까닭은

수련원 우물공사, 법당 앞 철골 공사,

방 두 개 개조 공사로 몹시도 바빴기 때문입니다.

저희 수련원에 간혹 이런 전화가 걸려옵니다.

"오곡도 섬에 내려서 몇 번 버스를 타고 가면

수련원으로 갑니까?"

"차를 가지고 수련원으로 갈 수 있나요?"

와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여기는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는 섬이 아닙니다.

생필품도 지게에 지고 꼬부랑 벼랑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야 마을이 있고

수련원이 있는 곳입니다.

알지 못하면,

수련원으로 차 타고 간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듯이

아무리 공사로 바빠도

총평 하나 못 올릴까 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공사는 완성품만 보면 별것 아니지만,

중간 과정과 뒷정리에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많은 시간과 땀이 들어갑니다.

이곳 공사는

저희도 한 사람의 인부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정도가 훨씬 심합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시어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왔고

비 뒤에는 유별나게 긴 가뭄과 불타는 더위가 이어졌습니다.

이 속에서 수련회가 진행되었으니

참가자 여러분들이 참으로 힘드셨겠지요.

그러나

흐르는 땀과 오랜 좌선으로 인한 다리 통증에도

몸과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평정과 삼매를 배웠습니다.

어떤 망상이 떠올라도, 어떤 소리가 들려도

그냥 스쳐 지나가게 내버려둘 뿐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화두만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좌선 때

마음을 어지럽히는 생각에도 물들지 않고,

자존심 상하는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분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웬만한 풍랑에도 잔잔함을 유지하는 바다와 같은

마음을 체험했습니다.

그 마음으로는

과거와 미래에 지배받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100% 몰입할 수 있었고,

생각의 실타래를 헤치고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 잔의 커피 맛에도 영혼이 떨리는 듯한

상태라고 할까요.

원장님과의 독참이 이렇게 되는데

크게 도움되었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결과

몇십년 묵은 한(恨)에서 자유롭게 되어

편안한 얼굴을 찾은 분도 계셨고,

10여년을 이곳 저곳에서 좌선해왔지만

여기서만큼 잘 된 적은 없었다며

다음 번에 꼭 다시 오겠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마지막 날 총평 때는 감동 끝에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아

티슈가 소감을 말하는 순서대로

한 바퀴 돌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수행하신 모습들을

본 홈페이지 <오곡도 갤러리>에 올렸습니다.

1주일 수련기간 내내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주도했던

60대 여학생들(?)의 사진도 있고,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의 장애를 뛰어넘어

화두 들 듯이 몰입했던 울력 때의 모습도 나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사 때 배운 교훈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경험이 짧은 업자가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는 않지만

될지 안될지는 미지수인 어떤 일을 두고

"그것은 안돼, 못해" 하고 미리 단념부터 했습니다.

그 옆에 있던 몇십년 경험의 베테랑 전문가는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어" 하고

직접 손을 놀려 조작을 하니 그 일이 간단히 해결되었습니다.

베테랑 전문가의 생각이

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기까지는

몇십 년의 땀과 노고가 필요했습니다.

참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힘들겠어. 다음 생애나 하지."

바로 이 생각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몇십 년의  땀과 노고를 절약하는 것입니다.

1주일간의 수행이 희미한 옛추억이 되지 않도록

평소에도 정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책에서 읽은 무자 화두의 '무'(無)와

1주일동안 좌선과 독참을 하고 난 뒤의 '무'가

얼마나 다른지를 상기하셨으면 합니다.

1주일 좌선한 '무'와 10년 좌선한 '무'는

또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언제나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