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집중수련회의 가장 큰 특징은

수행에 참가한 평균 연령층이

많이 젊어졌다는 점입니다.

한 번 이상 집중수련회에 참가해 본

어머니가 딸을 데려오고

아버지가 아들을 보내고

선배가 후배와 대동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선(禪)이

앙상하게 잔해만 남은

죽은 가르침이 아니라,

일터와 배움터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선(禪)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빛과 생명, 어디에 있는가?

마음에 붙들어 두고, 부디 잊지 말지니

생각이 다하여 생각 없는 곳에 이르면

그대 온 몸으로 금빛 광명을 발하리라" (나옹 혜근)

고려말 나옹 스님의 말씀처럼

화두를 마음에 붙들어 두어

과거의 미련, 미래에 대한 두려움...

모든 생각이 끊어진, 생각 없는 곳에 이르러야

해탈의 문에 들어섭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온 몸이 떨리는 억울함,

마음을 짓누르는 과거의 실수,

한 번 더 누리고 싶은 기쁨,

미래에 대한 헤어날 수 없는 두려움 등을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마음에서 깨끗이 비워내어야

영원한 평안의 경지인 해탈에 이르고,

그것은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항상 화두를 들 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당신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백 권의 책과

일주일 간의 수행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수행자는 모름지기

죽는 한이 있어도

화두는 놓지 말아야 합니다.

넘어져서 일어설 줄 모르는 나약한 중생이 아니라

큰 원 세워서 또 일어서는 보살이 되어야 합니다.

송나라 고봉(高峰)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본보기에 의지하여 고양이를 그려라.

그리고 또 그리다가

모든 생각이 끊기고

너와 내가 없어진 곳에 이르면

붓끝에서 별안간 산 고양이가 펄쩍 뛰어나오리니."

그리고 그리다 보면

죽은 고양이가 아니라

펄쩍펄쩍 뛰는 산 고양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 여름 외딴 섬 오곡도에서

죽비를 맞아가며 수행에 정진하신 여러분,

죽은 "무(無)"가 아니라

살아있는 "무"를 보는 순간까지

정진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비우며 수행하신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본 홈페이지 <오곡도 갤러리>에 올렸습니다.

한여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