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 척포의 바다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라는 선물을 받고 있어요.
봄에 온다고 봄비라고 하네요.


봄!
언제 들어도 봄은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거 같네요,
아련하게 전해 오는 어릴 때의 추억들.....
옆집에 살던 경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현수도 지금은 많이 늙어
이마에는 주름살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고 있을 테지.
숙희와 영자, 철호와 광석이 ,
그리고 이름마저 희미해져 한참을 생각해야 떠오르는 많은 동무들...
등하교길 옆 개울가의 이름 모를 꽃들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봄을 놓칠세라
앞다투어 봄바람을 안으려고 노력했지요.


그러나
창밖에 보이는 바다는
봄이 왔다고 호들갑도 떨지 않고
언제나 어머니 가슴처럼 변함없이 우리를 포근히 감싸주는데....


뒷산을 한 번 보라,
어느새 우리 곁에 왔다가 슬며시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하는
화려함을 뽐내는 봄.


봄!
봄을 모두 열광하는 것은
항시 우리 곁에 있지 아니하고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언제나 옆에서 묵묵히 함께 하고
우리 생활을 책임져주는 바다도 좋지만
잠시 화려함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봄도 좋다.
그래서 봄에 내리는 봄비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사랑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