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왔던 자리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 없던 자리에서 지독한 감기와 씨름하던 아들 녀석이 아르바이트 간다기에 이것 저것 챙겨 보내고, 꿈같이 한가한 아침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오늘까지가 달콤한 휴식기간이거든요) 오래 전, 끝없이 푸근하게 감싸주던 부모님 품을 떠나 학업을 위해 처음 서울에 둥지를 틀던 때가 바로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스무 살 그때는 약간의 해방감도 있었던 것 같군요. 오늘 아침, 오랜 세월동안 나를 품어주고 안아주던 집을 떠나 온 것처럼 자꾸 허전하고 돌아보이는 아쉬움은 또하나의 집착일까요? 아니면 앞으로 제가 헤쳐 가야할 길에 대한 두려움일까요? 과거에 대한 미련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놓아버리라는 교수님의 말씀 새기면서 관음 정근을 하고 반가부좌로 앉았습니다. 도대체 이 끝없는 미련과 두려움은 언제부터 제 안에 이렇게나 많이 자리하게 되었을까요? 늘 다 버리고 살거라고, 당당하게 살거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면서 자신에 최면을 걸었지만 그저 입에서 뱉어지는 허황된 소리에 지나지 않았나 봅니다. 한 인간으로서 감히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 그래도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거라고 그렇게 살고 있노라고 자부하며 살아왔던 제 자신이, 겉모습만 그랬다는 확인은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자꾸 눈물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억울한 마음도 불쑥 일어나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잊고 있었는데 원래 저는 무지한 울보였습니다. 그동안 센 척하며 사느라 그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제 울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그치려 하지 않겠습니다. 흐를 만큼 흐르고 나면 다시는 허세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자신에 속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는 작은 희망도 조심스레 가져 봅니다. 세심하게 이끌어주신 두분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 건강도 챙기시면서 수행하셨으면 합니다. '무'하고 앉으면 원장님 허리는 괜찮으신지, 교수님 무릎은 수술해야 한다던데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자꾸 납니다.^^선배님들이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두 분의 가르침 늘 잊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