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참선수련은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또 덜어내게도 합니다. 조금의 짬도 못 내고 절절매든 첫 번째 두 번째와는 달리 세 번째는 사이사이 큰 통에 끓여놓은 보이차를 마시며
찬바람 마시며 법당 옆 장승이 서있는 오솔길 걸으며 오곡도 솔방울을 세 개를 흠집없는 것으로 골라서 줍고, 산새가 떨구고 갔을 깃털하나와 어디서 날아왔는지 코스모스 씨같은 씨앗을 매달은 솜털 보송한 홀씨와 짧고 가늘지만 나무의 결도 느낄 수 있는 작은 나무뿌리 한 토막과 한손이 넘치게 작은 것들을 주워서 지난여름 내가 묵었던 처소에서 혼자 쉬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에서 부처님께 참배하고 내 딸의 와인빛 인등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발원하였습니다.

이렇게 정갈하고 좋은 도량에서 나만 행복해도 되는 것일까? 마음은 마냥 즐겁고 오히려 들떴던 수행 중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가족이 다함께 와서 힘들지만 보람된 동참을 할 수없다면 민거사와 한번, 딸과 한번, 아들과 한번, 온갖 생각을 지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적하고 한가로운 수련원 뜨락이 처음왔던 3년 전보다 훨씬 정돈되고 아름다운 정경이 되었음은 두 분 교수님의 정성과 노고의 땀이 배어있으므로 이렇게 아름다운 선원이 있게 됨이죠.

장승쪽 오솔길에서 내려다보니 본법당 건물지붕도, 노장들이 기거했던 지붕도 새로 보수하여 단아함이 좋았고, 앞 잔디밭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하늘 중심의 별 밭이 된다는 것도 별이 뜨는 밤이면 알게 됩니다.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음이 오히려 애잔함이 느껴짐은 왜 일까요? 조용함 그 자체로 그냥 그대로 있음이 한적한 적막감이었습니다. 내가 느끼고 있는 애잔함의 그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오곡도가 생각나고 그리울 때 작은 솔방울과 새의 깃털과 솜털 붙은 홀씨와 그것들을 조용히 볼 것입니다.

* 이번 3차 수련도반들 중에 제가 가장 나이 많은 할머니였습니다. 모두들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