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2동장 명의로 안내문( 노인 복지법 제 26조에 의거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일정액의 교통수당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 을 펼쳐보고 나는 기분이 이주 미묘했다. 성북2동은 연락상 편리해서 옮겨 놓은 길상사의 내 주소이다.
평소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지내다가 이런 안내문을 받아볼 때면 나는 새삼스레 움찔 놀란다. 어느덧 세월의 뒷모습이 저만치 빠져나간 것이다. 문득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떠올랐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자신의 묘비명에 남기고 싶은 말도 많았을 텐데 그는 덧없는 인간사를 이렇듯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다.
그 어떤 남기는 말보다도 진솔하고 울림이 크다. 누구나 삶의 종점에 이르면 허세를 벗어버리고 알몸을 드러내듯 솔직해질 것이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우물쭈물하면서 헛되이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는 묘비명이다.
< 아름다운 마무리. 문학의 숲. 법정스님> 중에서

이 글을 읽으면서 어느 책에서 읽은 무명의 묘비명이 생각났다.
‘어제는 나, 내일은 너’
우리는 어떤 면에서 언제 삶의 종착역에 도착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없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점에서 우리 모두는 중증치매환자들일 수 있다. 종착역에 대한 생각을 삶의 순간순간 깨어있으라는 경고로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삶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는 기회로 삼는다면, 여기에서 그 생각의 긍정적 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